벤토나이트 모래를 사용해보니, 온 집안이 사막화가 되어 가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면서 화장실 모래를 한번 바꾸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서핑하다가, 먼지도 안 나고, 친환경적이며, 고양이들이 좋아한다는 복숭아 향이 나는 분홍색(?)의 두부 모래를 주문해 보았다.
화장실 한 개를 정리하고, 새로운 두부 모래를 쫘악~ 쏟아부어놓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는, "햐아~!" 하면서 적잖이 놀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2박 3일 동안 본체만체하여, 직접 안아서 화장실에 넣어서 발바닥의 촉감을 느끼게 해 보았더니, 부리나케 내빼버렸다.
'이게 별론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일요일에는 베란다에 있는 다른 화장실의 모래를 쏟아버리고, 두부 모래로 가득히 채워보았다. 정리하는 내내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면서, 쓰레기봉투에 담긴 모래를 아까운 듯 솜뭉치로 쓰다듬는 것을 보았다.
낮동안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설마 참는 거야? 화장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나는 지를 위해서 고급스레(?) 꾸며주었는데... 흥, 치~ 뿡이다.'
하면서 모른 체하였다.
잠자리에 들고, 새벽 1시가 되어가는데, "야옹~야옹" 하면서 우는 소리가, 내 귀에는 마치, "나 화장실 어떻게 해여?"로 들렸다.
"그냥 가서 싸! 싸야지 어떡할 거야!"라고 말하고는 문을 닫고 들어와 버렸더니, 곧이어 신경질적으로 박박박~하고 두부 모래를 긁는 소리가 들리더니, 드디어 조용~해졌다.
다음날 아침에 맨 먼저 화장실을 살펴보니, 작은 볼일은 본 것 같았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모른 체하였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이상한 냄새가 나서 살펴보았다. 참았던 큰 볼일을 시원하게 싸질러 놓은 것을 보고는 폭풍 칭찬을 해 주었더니, 그다음부터는 언제 그랬더냐 싶게 잘 사용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 연분홍색의 두부 모래를 펼쳐놓고 보니, 나도 조금은 걱정이 되면서 어릴 적 화장실 괴담이 슬그머니 떠올랐다.
하얀 종이 줄까? 빨간 종이 줄까?
하는 화장실 귀신 이야기가 있었는데, 냥이가 혹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복숭아 향 가득한 화장실]
고갱님~ 이번의 화장실 서비스는 고갱님 취향이 아니군요. 다음번엔 더 새로운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훈장처럼 생기는 것이 냥이님의 발톱에 긁힌 스크래치 자국이라고 한다. 나도어쩔 수 없이, 자연스레, 그 대열에 낑기고 말았다.
평화로운 주말 아침 잠옷바람으로 나와서 아침인사를 하고, 밤새 저지레 해놓은 것과 밥그릇을 확인하고는 소파에 잠깐 앉아있었다.
"우다다"를 하면서 신나게 뛰어오는 녀석이 내 발 등 위로 획~ 하고 지나가자, "아~야" 하는 비명소리가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양말을 신지 않고 나왔던 터라 선명하게 빨간 두줄이 생겨버렸다. 쓰리고 아팠다.
장난치다가 그런 것인데 화를 낼 수도 없고...
"이거, 네가 그런 거야! 아이고 아파라~" 하자, 금세 식빵 자세로 엎드려서 난처한 듯 어쩔 줄 몰라하며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 표정이 너무 리얼(!)하여 속으로 정말 놀랬다!
약을 바르고, TV를 보고 있는데, 뭔가 까슬까슬하고 따뜻한 것이 느껴져서 돌아보니, 저도 미안했는지 발갛게 핏자국이 선명한 발등을 핥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기특하고 고마웠지만, 행여나 약을 핣아 먹을까 걱정이 되어, "흥~ 됐거든!" 하며 스윽~ 밀어내어 버렸다.
어느 날 뭔가 쫘르륵 쏟아지는 소리에 건넌방에 가보니,... 책장 위에 놓아둔 연필꽂이가 떨어져서 방 이쪽저쪽에 필기도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게 뭐꼬?" 하고 큰 소리로 시작했지만, 나도 모르게 소리가 가라앉아버렸다.
엎어진 연필꽂이 뒤로 조그마한 얼굴을 감추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내가 그리 무섭나? 아님 학대를 받은 건가?' 갑자기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조용히 주변을 정리하였다. 그 뒤로도 그 녀석은 사브작 사브작 저지레를 많이도~ 하였다.
우짜겠노, 애긴데...
내가 고양이 입양 절차로 자리를 몇 번 비우게 되자, 동료들은 말들을 하였다. 혼자 편하게 지내면 되지,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왜 사서 고생을 하려고 하냐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자식들 다 키워놓고도 속 썩을 일이 많은데, 적지도 않은 나이에 고생스럽지 않겠냐는 말들을 하는 것이다.
고양이 눈이 무섭다느니, 고양이 털 날리는 건 참을 수 없다느니 하면서 참견을 하였다. 사실 나도 아이 입양 전 알레르기 검사를 하여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털 날리는 것이 조금은 걱정이 되기는 하였다. 언니네 집을 방문하였을 때, 검정색 리트리버의 털이 집안 구석구석에 붕붕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늘어지게 낮잠에 빠진 냥이]
이 아이가 내 집에 오면서부터 나는 더 부지런해져야 했다.
더 일찍 일어나야 했고, 청소도 더 자주해야 했고, 놀이도 같이 해 주어야 했고, 이 고객님(?)이 뭘 원하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희고 검은 고양이 털이 집안 구석구석에 민들레 홀씨처럼 흩날리는 것을 보고는 더 자주 청소할 수 있는 로봇 청소기를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로봇 청소기가 집에 도착하던 날, 고양이와 나는 나란히 앉은 채로 목을 쭈욱 빼고서는 생전 처음 보는 동그랗고 낯선 기계가 집안을 탐색하고 어떻게 청소하는지 지켜보기도 하였다.
"신기한 물건이네! 참 좋~은 세상이야."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는 집안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동선을 그리며 청소를 하였고, 우리는 잔소리하는 시오마님처럼 쪼르르 따라다니며, 감시(?)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