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의 부재

은비의 은밀한 공간이 똥밭이 되다니...

by 마들렌

지도점검에 이어 사회복지시설 기관이 3년마다 받게 되는 평가 준비에 몇 날 며칠을 늦게까지 사무실에 있다가 귀가를 하게 되었다. 9시가 넘어가고, 10시가 넘어가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동료들을 보면서 마음이 다급해졌다.


집에 나를 기다리는 아이가 있는데...

불은 켜놓고 왔지만, 하루 종일 집사를 기다릴 아이를 생각하니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혼자서 밥을 챙겨 먹을 수 있는 아이가 아니니 더욱 그랬다.


늦은 밤 귀가하여, 아이의 얼굴을 보고는 다음에 살펴보는 것이 밥그릇이다.

넉넉하게 담아놓고는 왔지만, 얼마나 먹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화장실을 살펴보고는 아이가 하루를 잘 보내는지 가늠해보기도 하였다.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고 부비부비 해본다. 마치 그것은 집사의 부재에 외로웠을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한 안간힘이라고나 할까?


자주 사용하는 실내의 화장실을 정리해주고는 밀려드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뜨고 새날을 맞으면, 또다시 바쁘게 준비하여 일터로 나가야 했다. 언제 끝이 날까 싶은 평가준비는 추석을 맞이하여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지친 심신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여, 같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아침을 먹으면서 눈을 맞추어본다. 청소를 하려고 마음먹고는 제일 먼저, 은비의 베란다 화장실을 들여다보았다.


"웁스! 이게 무슨 일이고?"


어마어마한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는 치우고, 하나는 그냥 지나쳐버렸더니 하루 만에 이렇게 높은 산이 쌓이다니...? 은비의 은밀한 공간이 완전 똥밭이 되어 있었다. 높이 쌓인 똥산(?)을 조심스레 허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을 때는 수시로 들여다보고 치워주는데, 집사의 게으름이나 부재로 인해 제일 눈에 띄는 것이 이 화장실이 아닌가 싶었다.

고객님, 쏴리~ 미안해~!

냥이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순간이 아닌가 싶었다(미안하구로...).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누군가가 냥이의 화장실에서 감자를 캐고, 맛동산을 치운다고 하여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내가 직접 키워보니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아이의 건강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심사숙고(?) 하면서 정리를 하게 되는데, 은비가 쌓아놓은 산(?)을 허물어뜨리면서, client(대상자, 고객님)를 살피는 마음으로 요리조리 삽으로 뒤적거려보는 치밀함도 갖게 되었다.


찾았다!

된똥, 마른 똥, 무른 똥..., 은비가 물을 많이 먹었는지 아닌지 등을 가늠해보면서 수많은 맛동산을 거두어서 쓰레기 봉지로 옮겨 넣었다.

꾸리꾸리한 냄새가 나는 맛동산을 들여다보면서, 문득 어릴 적 국사책에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였다고 한, "최영 장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은비가 뒷간에서 힘쓴 흔적(?)을 마치 금덩이라도 되는 냥 조심스레 캐내었고, 이것을 '금떵어리'라고 최면을 걸어보기로 하였다.




집사가 노트북을 펴놓고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

카펫 위에 얌전하게 앉아있던 은비가 일어나더니, 어슬렁거리며 화장실 쪽으로 가다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였다. 몇 달을 살아보니, 뒷간 근처에서 우는 이유는 딱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비의 해우소-투명한 문이 있었는데 (갇히는 것 같은지) 들어가지를 못해서 떼어 냈다]


화장실이 왜 이래요? 빨리 치워주세요!

라는 뜻이다.


열심히 일하는 척하다가, 나를 쳐다보면서 울어대는 녀석을 보니, 더 이상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알았다. 이눔아!"


죽치고 앉아있는 집사를 일어서게 만든 녀석은, 툴툴거리면서 화장실 청소를 하는 집사 옆을 떠나지 않는다. 주욱 지켜보고 있다가 정리가 끝나기 무섭게 집사의 면전에서 엉덩이를 까고 시원하게 볼일을 보기도 하였다.

벤토나이트 모래로 온 집안이 사막화가 되는 것을 보다가 두부 모래로 바꾸면서 신경전을 벌였던 때를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났다. 요즘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편안하게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을 보니, 사람이든 동물이든 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능력은 필요한 것 같다.


선배 집사들의 의견을 물어보면서, 어떤 것이 냥이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을지 두루두루 사용해보고 난 후,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려고 한다.




오늘도 열심히 사냥놀이를 하고 숨 고르기를 하는 은비는, 집사가 움직일 때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곤 한다.


"이제 우리 뭐해요?"라고 하는 듯...


[잘~ 생긴 은비~}


은비야, 조금만 더 쉬자~.

에너지가 넘치는 은비 때문에 집사는 체력단련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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