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우다다

엎질러진 그릇들을 보고...

by 마들렌

에너자이저 은비가 야누스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얌전하게 스크래처 위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눈빛이 바뀌더니 희한한 소리를 내면서 뛰기 시작하였다. 한밤의 우다다를 시작한 것이다.

이놈은... 아까 저녁에 좀 하지, 왜 지금 하는 거야. 이 야심한 시각에...


아랫집에서 놀라겠구먼...


그냥 막 나른다. 이방 저 방을 뛰어다니다가 슬라이딩을 하고, 급회전을 하면서 어떤 때는 내 종아리를 치고 지나가기도 하였다. 식탁을 돌기도 하고, 소파 위를 풀쩍 뛰어올랐다가 내려가고, 캣타워를 아주 가볍게 점프하여 올랐다가 쌩~하고 내려오고... 난리가 났다. 마치 어릴 적에 본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도망가는 생쥐 제리를 쫓아가는 고양이 톰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냥 멀찌감치 떨어져서 이 한밤의 우다다가 언제 끝나나 하면서 지켜보기로 하였다.


고양이가 우다다를 할 때의 속력이 시속 40km 이상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부딪히면, 둘 다 다칠 것 같아서 그냥 내가 피해주기로 한 것이다. 오늘따라 별나게 한다 싶더니, 급회전을 하면서 구석으로 치워놓은 지 밥그릇과 물그릇을 엎어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상황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욱'하는 것이 올라왔다.


은~비!!

내 목소리가 평상시보다 좀 컸는 가 보다. 녀석은 이미 바람처럼 '쌩'하고 사라지고 없었다. 이쪽저쪽을 찾다가 보니 작은 방의 문 뒤에서 머리만 숨긴 채, 커다란 엉덩이를 부들부들 떨고 있는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잔뜩 화가 나있었지만, 이런 상황을 보니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하였다. 애기들처럼 머리만 감추면 다 숨은 것처럼...) 은비는 이미 집사의 기분상태를 파악하고 줄행랑을 쳤지만, 숨어본들 어디로 가겠나, 이 집 안에 있지...

울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못난 놈이 밥상 엎는 놈이라고 했거든!
좀 살살하지 이 녀석아~

아이를 들어 올려 안고는 가볍게 궁디 팡팡을 하였다.


[은비의 오수[午睡]-따가운 햇살이 내리쪼이는 낮이라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어릴 때 밥상 엎는 아부지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불현듯 사료랑 물그릇이 엎질러져 난장판이 된 모습을 보고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기억이 스파크처럼 떠올랐던 것 같다. 주변을 정리하면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몇 개 더 떠올랐고,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일(피해자 지원 업무)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은비야, 그러다가 아래층에서 민원 넣을라, 우리 조심하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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