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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Jan 15. 2023

투닥토닥, 그렇게 정이 들지

레이저 쏘는 은비

은비와의 시간이 많이 흘렀다. 제법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월 1회 동물병원을 방문할 때는, 제법 야옹야옹 거린다. 아마도 중성화수술 이후 말문이 트였는지 아니면, 병원이 썩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은비는 화장실도 잘 가린다.

실내의 우드펠릿  화장실에서는

쉬를 하고 베란다의 벤토모래 화장실에서는 큰 볼일을 본다.

나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기로 했다.

잘 모르고 고운 를 구입해서 화장실에 깔아줬더니, 냥이는 너~무 좋아했다.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

쾌재를 외치는 것 같았다. 그 덕에 거실 구석구석에는 발가락사이에 끼여온 모래가 사막처럼 널려있었다.


'다음에는 좀 더 굵은 모래를 구입해야겠구나!'


어느 날부터 그 냥이가 볼일을 보러 나갈 때 나는 문을 살짜기 닫았다. 

냥이볼일 보고 나와 보니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면서 을 열라고 풀쩍 풀쩍 뛰었다. 그럼 모래가 좀 털어질래나? ㅋㅋㅋ 이 심술보는 내 것이었다.


고객님, 쏴리(sorry)~!

냥이가 식사를 끝내고 베란다 문 앞에 있다. 작업을 하다 말고 얼른 일어나서 문을 열어주자,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보면서 항의하듯 애옹애옹하며 운다.


문 닫지 마시라 옹!~
알았다, 알았다.

하며 두 팔을 올리며 할리우드 액션을 취해 보였다. (마치 오노처럼~)


내가 없는 낮동안은 혹시나 해서 베란다의 문을 살짝 열어놓지만, 밤엔 찬바람이 들어와서 닫아둔다.

은비가 화장실 가려는 모양을 할 때마다 열어주기는 하는데도, 습관은 참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그일 이후로 나의 고객님은 내가 못 미더운지 내 몸짓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두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면서 화장실에 들어가곤 한다.

ㅋㅋㅋ...


그러니까 발꼬락 사이의 모래는 좀 털고 들어오라고 이놈의 자슥아.


[은비의 보드라운 털 -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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