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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May 08. 2023

니는 비싼 거 묵고...

무럭무럭 자라는 먹돌이

은비와의 생활이 1년이 지나갔다. 

엉덩이 주변을 오지게 부딪히고 나서 기운 없이 꼬리까지 축 늘어뜨리고 다니던 아이는 다행히 컨디션을 회복하였다.

얼마나 다행인지... 

사실 보고 있는 내내 측은하고, 조마조마한 시간이었다.


한창 많이 먹을 나이(?)라서 그런지 잘~ 먹는다.

부스럭 소리만 나도, 캔 따는 소리만 나도, 어디선가 바람처럼 짜안~하고 나타나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웃기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

은비의 배꼽시계는 정확했다. 마치 잘 맞춰놓은 시계가 하나 들어있는 것 같기도 하였으니까.

 (유튜브의 어떤 수의사님 말씀 : 고양이는 시계를 볼 수 있어요! --> 진짜요?)




사료를 사고 돌아서면, 모래를 구입해야 하고, 또 조끔 지나면, 간식을 구입해야 하는 그런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쳇바퀴는 사실 은비가 돌아야 하는데 말이다. 


집사가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 몸이 고단하다 보니 먹을 것만 부지런히 챙겨주다가 어느새 늘어버린 체중을,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은 조용한 음성으로 주의를 주셨다. 아이고 무섭어라!

"체중이 늘어나면 관절에 무리가 갑니다. 5.6kg를 넘기지 마세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똑같지... 요.)


은비의 간식을 구입하다고 보니... 

뭐야? 나는 싼 거 먹는데, 니는 다 비싼 거 묵네?

은비가 좋아하는 간식은 130g짜리 한봉이 10,000원 정도 하는데, 내가 자주 먹는 것이라고 해 봐야... 과일, 사탕 빼고는 강냉이, 삶은 옥수수, 담백한 비스킷 들이고... 

생각해 보니, 나는 유통기한이 지난 치약 쓰는데, 니는 20,000원이 넘는 치약 쓰고... 너무 한 거 아이가?


하긴 사람보다 작고 연약한 고양이란 놈의 먹거리는 전부 천연재료로 만든 것이다 보니 비싸기도 하겠구나 싶다. 이처럼 먹거리나 물품을 구입할 때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극성 엄마(?)들처럼 신중하게 고르게 되었고,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다~ 양보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지. 내게 기쁨을 주고, 웃음을 주는 녀석이니까 그냥 참아줄 수밖에...


그래, 잘 먹고, 잘 싸고, 아프지 말고, 그냥 니랑 내랑 잘 살아보제이!(잘 살아보자!)


[꿈나라를 헤매는 동안에는 젤리를 만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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