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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Mar 16. 2023

은비의 마중

야옹~ 어서 오세여~

바쁜 일상을 보내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밥 먹고 가라고 붙잡는 사무실 동료를 뒤로하고, 냥이 밥 주러 가야 한다고 부리나케 뒤돌아서 나오곤 하였다.


은비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너무 조용했다.

뭐지? 이 적막함은...?


은비야!


중간문을 열려고 하다가, 무심코 냉장고 위를 쳐다보니, 은비가 두 눈을 부릅뜨고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오늘 안 늦었는데...?'


"너 거기 있었어? 음~ 거기 있었구나."


2번은 그렇게 마중을 해 주었다. 그런데, 기분이 별로였다.

[냉장고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은비]


3번째, 어느 날도 그렇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너 엄마가 왔는데, 내려와 보지도 않아? 내가 너를 그렇게 키웠어?" 하고 버럭 하였다.

엄마의 터프함에 놀랐는지 은비는 천천히 내려와서는 길게 스트레칭을 한번 하고는 "야옹~"하는 것이 마치도 "알겠쪄요~" 하는 듯 내 주위를 얼쩡거렸다.




그렇게 버럭 한 날 이후, 은비는 여느 때처럼 중간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력이 좋은 고양이는 집사의 차소리도, 발소리도 안다고 하였다.

내가 주차를 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와서 문 앞에 서면, 은비도 문 앞에 와서 나를 기다려주는 것 같았다.

물론 학습된 시간 개념도 한몫을 하겠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김없이 중간문 앞에서 "야옹~야옹" 하며 반겨주는 은비가 있어서 좋았다.

"잘 지냈어?"

"야옹~"

"밥은 먹었어?"

"야옹~ 야옹"

하며 대꾸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고, 반갑다.


혼자 보낸 시간만큼 할 말이 많은듯한 이 아이의 수다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하루동안 쌓였던 고단함은 봄눈 녹듯 천천히 사라지곤 하였다.


아마도 고양이는 집사가 외출에서 빨~리 돌아오도록 마법을 걸어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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