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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Dec 11. 2022

새우젓 하려고요?

그건 반려 생물체에 대한 모독이죠...

바쁜 여느 날처럼 오전을 보내고, 점심 후 몇몇 사람이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소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차가운 바깥 날씨와는 다르게 넓은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따듯한 햇살 때문인지 작은 사무실 안은 적당히 데워져 있었다. 


반려동물 이야기로 시작된 대화이다.

"J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지, 깃털 떨어지고, 집안 곳곳에 똥이 떨어져 있다던데... 나 같으면 그렇게 못해! 어떻게 그런 걸 다 치우고 할 수가 있어?" 

팀장님 한분이 동료 선생님이 앵무새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 말문을 열었다.

[인터넷에서 빌려 온 이미지-장미 앵무새] 


"그래도 고양이는 대소변을 정확하게 가려서 다행이지, 새는 날아다니면서 떨어뜨리잖아요! 정말 저희 냥이는 착해요!"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숨숨집에 들어가 있는 은비]


신입 선생님이 말문을 열었다. 

"제가 키우는 새우는 그럴 필요는 없어요. 물속에서 다 해결하니까요. 저는 가끔씩 수초를 들어내고 물만 갈아주면 돼요."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였다.


열대어를 키우는 또 다른 팀장님이 질문하였다. 

"선생님~ 수초를 어떻게 덜어내요? 나도 어제 집에 가자마자 청소를 하기는 했는데...?"


"아~ 화분씩으로 된 수초가 있어요. 모래는 없앴고요. 제가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하면서 자신의 폰 안에 있는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 작은 화분 안에 담긴 수초가 어항 곳곳에 놓여있어서 그것도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새우가 번식력이 좋아서 금방 금방 숫자가 불어나요~."


"새우젓 하려고요?" 하고 어떤 사람이 질문을 하자,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와 박장대소를 하였다.


"너무하세요~ 그건 아니죠!" 하는 신입 선생님은 적잖이 당황하며 살짝 눈꼬리를 올렸다.

[인터넷에서 빌려온 이미지- 블루벨벳 새우]


새우젓이라...

신입 선생님이 키우는 새우는 관상용으로 파란색을 띠는 조금은  낯선 모습이었다. 사진 속에 파란 새우들을 보면서 '새우젓'을 외친 팀장님은, "나는 그냥 김장할 때 넣는 그런 분홍색인 줄 알았지~." 하며 멋쩍어하였다. 

약간의 무지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 속에는 약간의 관점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수년 전에 자연친화적인 직장에 근무할 때였다. 점심을 먹고 산책에 나서면 논두렁, 밭두렁에 있는 식물과 곤충, 동물들을 볼 수 있었던 곳으로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그곳에 머무르는 몇 해 동안, 나는 오래 동안 가지고 있었던 나의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졸졸 물이 흐르는 논두렁에서 보았던 우렁이를 어느 날 식당의 큰 대야에서 보게 되었다. 키워 보겠다고 몇 마리를 얻어와서는 집의 어항에 넣어두었다. 아침, 저녁으로 금붕어와 우렁이가 공존하고 있는 공간(수조, 어항)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솔솔 하였는데, 어느 날 그 우렁이가 어르신 밥상의 반찬으로 올라온 이후... 나는 입맛이 뚝 떨어져서 더 이상 우렁이가 들어간 반찬은 먹지 못하였던 기억이 떠 올랐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러운 생명체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먹거리 중 하나일 뿐이었던 것이다. 관상용이든 아니든, 생명이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생명은 이유가 있어서 우리에게 보이는 것일 테고, 나름의 소임을 다할 때까지 충실하게 그 역할을 다 하는 것 같다. 


생명체의 몸체가 작든 크든 내 손안에, 내 품 안에 있는 동안은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 같다.


#반려동물, #생명체, #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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