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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Jul 02. 2023

동행

반려동물 문화교실

띠리릭~ 하고 어느 날 문자가 왔다.

ㅅ시 동물축산과에서 주최하고, (사)한국반려동물문화산업협회에서 주관하는 [반려동물 문화교실]에 대한 안내문자였다.  

'이건 뭐지???' 하며 대충 읽어보니,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고, 나 같은 경우는 은비보호자로 등록이 되어 있어서 이런 문자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교육은 3강 3회 차로 나누어서 진행된다고 나와 있었다. 

1교시가 반려견 문제행동 예방, 2교시는 사회성 교육, 건강관리, 돌봄 교육이었고, 3교시가 노후준비 및 장례문화로 구성되어 있었다. 

음음~ 다시 살펴보니, 3교시가 구미가 당기는 것이... 주말에 3시간 정도 들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일정이 없는 돌아오는 토요일로 신청해 놓았다. 무료 강좌라서 부담 없이 들으면 될 것 같았다.




토요일 오전에 은비와 여유롭게 놀이를 하다가 집에서 멀지 않은 교육장소를 찾아갔다. 연꽃이 많이 피어있는 곳 외곽지였고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1강, 2강, 3강 다  도움이 되는 좋은 내용이었다. 


사실, 은비가 요즘 너무 조용~해서 걱정을 하던 중이었다. 고양이는 아픈 것을 숨기는 습성이 있다고 하던데, 저 놈도 그런가 해서다. 전에 보다 덜 활동적이고 차분한 것이... 차분해도 걱정이니, 내가 예민한 건가 싶기도 하는 그런 때였던 것이다. 

은비는 배가 고픈데 내가 빨리 일어나지 않으면 침대매트리스 모서리를 박박 긁어대는 것 외에는 얌전하고 차분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40여 명이 넘는 참석자 대부분이 반려견주들이었고, 나 혼자만 고양이를 기르는 집사였다. 

그래도 2교시에는 고양이에 관련된 내용이 다수 거론되었다. 냥이의 귀모양, 귀위치, 수염의 모양이나 입의 모양 등으로도 아이가 아픈지 그렇지 않은지 살펴볼 수 있다는데, 강의를 듣는 와중에 나의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은비의 최근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은비는 그런 이상 증세에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았다!


속으로, '다행이다~!'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게 되어 기뻤다.


3교시는, 대부분의 견주, 묘주가 두려워하는 시간이며,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는 시간-노후준비와 장례문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 역시 은비와 놀이를 하다가도 문득 미래의 그 시간이 언젠가는 오게 되리라는 두려움이 스치면 벌써부터 눈물이 스멀스멀 나기도 하는데, 20여 년 가까이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친구는 더 많이 슬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접해보고 살펴본 그 아이는 씩씩하고 차분하였고 드물게 예의 바른(?) 강아지였는데... 다시 한번 떠나간 그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하였다. 친구는 몇 년 전에 한 아이를 보냈고, 지금도 상 할매 노령견을 키우고 있는데... 아마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있을 때 사랑해 주고 아껴주어야겠지... 

함께하는 시간 동안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많이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있을 때 잘 대해주고, 옆에 있을 때 마음껏 사랑을 나누어야지, 떠나보내고 나서 후회가 될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동료가 키우는 어린 고양이가 며칠 동안 아팠다. 

회사 근처로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는데, 환경이 바뀌어서 힘이 들었을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점심시간에 잠깐 아이 상태를 보러 갔다가, 아이를 들쳐 매고 울면서 병원을 다년 혼 후, 동료 집사는 정신줄을 반쯔음 놓은 것 같이 힘들어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며칠 내내 걱정을 하였는데, 조금씩 차도를 보이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반려동물은 그저 예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한 환경에서 먹이고, 보살피고, 마음을 나누고, 사랑하면서 때로는 친구같이, 때로는 자식같이 책임감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보호소에서 은비를 데리고 오기 전까지 나 역시 많은 걱정과 고민을 하였다.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면서, 작은 한 생명을 지켜내 보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난 뒤에야 내 삶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니까. 

은비는 내 인생의 첫 반려동물이라, 지금도 나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는 중에 있고(~ing), 다행히도 그런 어수룩한 집사를 은비는 의지하고 잘 따라주는 것 같다. (이건 그냥 나의 착각일지도?)


눈으로 관찰하고, 마음으로 느끼면서 나의 고객님이 어디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오늘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집사에게 눈으로 말하는 은비]


은비는 그런 집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이제는 자러 가자고 눈빛으로 재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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