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에 불을 켜고 들어가서 찬찬히 살펴보니... 헉! 이게 뭐지? 이게 왜 떨어져 있지? 설마 이걸 깬 거야??
하며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천천히 살펴보다가
너 이놈! 이거 깨졌으면 가만 안 둘 거야!
라고 엄포를 놓고는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보았다.
은비는 지가 사고 친 것을 아는지, 저만치 떨어져서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문화유산 ---> 백제금동대향로]
휴~
다행히 뽁뽁이로 꼼꼼하게 싸 놓은 상태라 깨어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아끼는 모형인데, 은비가 온다고 하여 호기심 많은 아이가 만져서 탈 날 것 같은 것은 다 치우고 상자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다만, 은비의 본능이 꿈틀대면서 자꾸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하다 보니, 3단 책장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장식품들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았다.
구석에 놓아둔 화병은 아마도 무게 때문에 밀어버리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너, 이게 깨졌으면 혼났을 거야! 안 깨졌으니, 한 번만 봐줄게!" 하면서 궁둥이를 팡팡 두들겨 주었다.
아이가 있는 집에는 되도록이면 심플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건들은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우고, 물고, 빨고, 삼키거나 해서 탈이 날 것들은 미리 없애는 것이 맞다. 맨 처음 이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는, 캣타워 앞에서 겁을 먹었는지 뒷걸음질 치던 녀석이 이제는 3단 책장은 물론이고, 스타일러 위에도 올라가고, 냉장고 위에는 거뜬히 올라가게 되었다.
한동안은 먼지 쌓인 냉장고 위에는 올라가지 말아 달라고, 박스를 몇 개나 올려놓았지만... 그 냥이란 놈은 그 좁은 곳을, 기어이 비집고 올라가더라고...
본능에 충실하겠다는 녀석을 위해서, 큰 맘먹고 냉장고 위를 정리하고는 폭신한 깔개를 깔아주었다. 어쩌겠노, 지가 좋다는데...
집사가 작업을 할 때는, 조용히 이 냉장고, 저 냉장고 위에 번갈아 올라가서는 내려다보고 있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간식봉지를 꺼내는 상황을 목격하고는 벌떡 일어나기는 하지만, 빨리 내려오지 못해서 징징거리기도 하였다. 그런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우습기도 하였다. (눈에 뭐가 씌어서 그만, 낄낄낄...)
[냉장고 위의 파수꾼]
고양이란 놈은, 진짜... 대단한 것 같다.
뛰어난 균형감각과 깃털처럼 가벼운 몸짓은 볼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하였다!
전자레인지 선반을 밟고 냉장고 위에 올라가서 여유 부리고 있다가, 내려와야 할 때는 우왕좌왕하기도 하는데... 특수부대 요원처럼 훈련을 받았는지, 냉장고 모서리를 밟고 쏜살같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