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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Jun 13. 2023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

향기, 굿 스멜~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기간을 지나고, 한참 동안은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시간이 있었다.

사무실 1층에 카페가 있었는데, 다른 동료들은 그 앞을 지나면서

"음~ 커피 향이 너~무 좋다!"라고 말하였지만, 나는 아무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파보면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처럼,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자,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알게 되었다.


허약해진 몸을 보신하기 위해 제철 음식을 먹어볼까 하여, 금요일 저녁에는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난생처음 봄나물들을 직접 사 들고 와서 다듬기 시작하였다.

은비는 옆에서 내가 들고 온 장바구니며, 검은 봉지에 관심을 보이더니 킁킁거리며 머리로 장바구니와 봉지를 헤집으며 내대신 향기 가득한 봄나물을 탐색하곤 하였다.


무슨 향이 나니? 나 대신 네가 맡아보는 거야?"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는 그저 옛날에 내가 알고 있던 그 향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물고기 이름이 뭐에용~? 그 냄새가 나를 유혹해요~ : 생선냄새에 급 반응하는 모습]


내가 좋아하는 생선 요리를 할 때도 은비는 집안 가득히 퍼지는 냄새를 따라와서는 애기처럼 낑낑거리며 조르기도 하였다. 마치 '나도 먹고 싶어요~'라고 하는 것 같았다.

매번 생선의 1/3을 잘라서 염분을 최대한 제거한 후, 익혀서 주면 냠냠 맛있게 먹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은비는 전에 없이 집사가 먹는 모든 음식에 흥미를 보였으며, 냄새를 맡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검열하는 듯한 행동을 하여 마치 '기미상궁'이 된 것 같은 우스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ㅎㅎㅎ......




실내에 화분을 다시 들여오려고 보니, 이 아이가 신경이 쓰여서 먼저 cat-grass 귀리를 심어서 어느 정도 자란 후에 짜~안 하고 내어주었다.

은비는 눈앞에 펼쳐진 초록의 작은 흔들림에 잠시나마 쪼그마한 콧구멍을 실룩거리며 탐색을 하더니 정신없이 풀을 뜯어먹기 시작하였다.

[1주일 넘게 키운 캣그라스를 보자 번갈아 냠냠냠 먹기 시작하다]


육식을 즐기는 고양잇과 멤버인 은비가 풀을 뜯어먹는 모습은 참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다.


'햐~ 참 새로운 모습이네! 네가 풀을 뜯어먹는 모습조차도 정말 보기가 좋구나!'


작전은 성공한 것 같았다.

은비는 2개의 화분에 가득 자란 귀리를 번갈아 가며 음미하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뒤로는, 다른 화분에 자리 잡은 식물에 관심을 덜 보이는 것 같았다. 앞발로 가지를 툭툭 치며 식물을 위협하는 행동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함께 살아가는(공존) 것을 배워나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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