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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Mar 30. 2023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

코로나 발생보고

코로나가 잠시 주춤거린다 했더니, 주무관청에서 [다중이용시설 근무자]는 코로나 예방을 위하여 2가 백신접종을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3차 접종을 한 후, 4차 접종을 해야 하나 생각 중이었는데,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높은 '2가 백신 접종을 맞으라는 내용의 안내문'인 것이었다. (작년 연말즈음)




4말 5초라는 말이 들려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들고, 이제 잦아들려고 하니, 곧 마스크 착용의무제가 권고로 바뀌고, 곧 코로나19 이전의 시기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반 걱정반이 뉴스를 통해서 들려왔다.

열여섯 ~ 일곱 번의 코로나 발생보고를 쓰면서 내가 걸리면 누가 써주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잠깐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마른기침을 2번, 3번..., 점점 자주 하게 되다가 퇴근을 하게 되었다. 그냥 피로감이 있었고, 좀 추운 느낌이 들어서 평상시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삭신이 쑤시는 이 느낌은...??

갱년기라서 그런가 보다 하기에는 조금 더 아픈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자가진단키트를 찾아서 재채기가 나올 정도로 밀어 넣어보았다. 

음성... 붉은 줄이 한 줄 보였다. 오늘은 바로 외근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 이 절차는 나와 상대방을 위해서 꼭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춥지? 햇볕은 따뜻한데, 바람이 차가운 건가?




[1:1 개별 슈퍼비전]이 끝나고 나서 사무실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단체 카톡 내용을 보게 되었다. 대상이... 음... 잠시 생각해 보니, 행사준비로 동선이 나와 겹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걱정이 슬그머니 밀려오는 것 같았다. 사무실에 복귀하기 전, 나는 자주 가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하게 되었다.


 "원장님, 제가 외근이 있어서 아침에도 하고 나왔는데요~, 그때는 음성이었어요."

......


연로하신 원장님이 낮은 음성으로 천천히 말씀하셨다. 

"내가 하는 게 더 정확하지, 왜냐하면, 나는 수~ 많은 사람들 검사를 했으니까, 기다려 보세요."

......

그런데 오늘따라 간호사가 내 주소를 묻는다.

진료실에서 원장님이 다시 확인을 하시는 것 같았다.

"저 걸렸어요?"


음... 기달려봐, 그런데~ 오늘은 바로 집으로 가야 될 것 같아~.

!!!

잠시 뒤, 원장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키트 결과를 확인시켜 주셨다.


빨간 줄이 선명하게 2줄이 나와있었다! 세상에나! 

그동안 정말 조심하면서 지냈는데,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을 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 하면서 꿋꿋이 소신을 지키고 있었는데...




사무실에 확진사실을 알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우울했다.

햇볕은 눈이 부신데 나는 왜 이리 춥냐?


현관을 들어서자 은비가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마치 '왜 벌써 왔냐?'라고 묻는 것 같았다.


[왜 벌써 왔어요??]


은비를 위해서 잠자리를 분리하고, 터져 나오는 기침과 파편을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기로 하였다. 

은비는, 집사가 외출할 때만 착용하던 마스크를 집안에서도 계속 착용하고 있고 옆에 오지도 않는 것이 몹시 궁금한 것 같았다.


[추울까 봐 내어 준 옥돌매트 위에서 찜질방을 맛보다~]


점점 세지는 근육통과 무기력증, 추위와 기침이 내 몸을 잠식하고 들어오는 것을 견딜 여력이 없어지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잠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되었다. 

멀리서 은비의 우는 소리가 들리곤 하였다. 

 "야오~ㅇ~"


은비는 평상시와 다른 집사의 목소리와 숨 가쁘게 터져 나오는 기침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울타리 앞에 와서 앉아있었다.


"아파? 그래도 밥은 먹고 자야지?" 


하면서 은비의 정확한 배꼽시계는 때마다 애처로운 소리로 나를 깨웠고, 또 일으켜 세우곤 하였다. 


내가 혼자였더라면, 그냥 고열과 통증과 씨름하느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앓고 있었겠지만, 은비는 시간마다 나를 부르면서, "나 여기 있어요." 하는 것 같았다. 저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나를 일으켜서 식사를 하게 했고, 약도 챙겨 먹게 해 주었다.


며칠을 끙끙대다가 앉아있을 수 있게 되자, 정신을 차리고 내가 맨 먼저 한 일은 일치감치 사두었던 재료를 꺼내어서 은비를 위해 보양식을 마련해 주는 것이었다. 나도 잘 먹지 않는 닭가슴살황태를 푹 끓여서 살을 먹기 좋게 찢어서 사료 위에 얹어주었더니, 녀석은 냠냠 거리며 한 그릇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은비야, 골골거리는 엄마를 지켜보느라 너도 많이 힘들었지?

한동안 감염을 우려해서 거리를 두었더니, 언제 다가왔는지, 싱크대 위에 폴짝 뛰어올라서는 설거지하는 집사의 얼굴 앞에 코를 갖다 대고 "야옹~야옹~"거린다. 한주먹도 안 되는 쪼그마한 얼굴에는 걱정 어린 눈빛이 가득한 것 같았다. 마치 "괜찮아요?" 하는 것처럼...




앉아있다가도 두통과 한기가 온몸을 휘감으면 다시 침대를 찾아 들어가지만, 은비는 이런 상황을 이제는 이해하는 듯 내가 잘 보이는 냉장고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곤 하였다.


내가 너를 돌보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한번 더 깨달았지만, 너도 나를 돌보고 있었구나!

[항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은비]


이번 격리기간 동안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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