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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른이 Jun 28. 2021

스푸트니크V 백신, 한국에서도 맞게 될까?

바른이 김태린 약사

출처 : Shutterstock

* 편집자주 : 이 글은 5월 9일 초고가 작성된 글로, 현재 시점에 맞게 일부 수정을 거쳐 업로드합니다.


부익부 빈익빈. 돈과 어울릴 줄 알았던 이 말이 백신이라는 의약품에 적용되는 상황을 전세계 모두가 처음 접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의 종식이 요원해 보이는 2021년 현재, 백신을 잘 확보하고 접종하는 것은 전세계인의 일상을 언제 되돌려놓을 것인지에 관한 가장 중요한 키로써 논의되는 중이다. 2021년 6월 말 기준 이스라엘이나 영국은 전국민 접종률이 64%, 63%를 각각 돌파한 반면 한국은 29% 정도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자국 개발 허가된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한 타 국가에 우선 지원되는 백신의 수급으로 경쟁하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느린 수급이 계속되고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 사의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많은 국민들이 원하지만, 타 국가 대비 우선순위가 밀리는 데다, 위탁생산 가능한 국내 공장 확보 및 생산 가동도 하루 아침에 뚝딱 되지 않는다.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일부 지자체는 4월부터 직접 백신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월 중순 경기도 백신 도입을 위해 제3국인 러시아 개발 백신인 스푸트니크V 도입 검토를 발표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도입을 결정한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얀센사의 백신과 다른 것이기에, 제3의 제품의 안전성·유효성을 믿을 수 있는지 논란이 일었다.


이후 스푸트니크V 백신의 국내 판권을 획득한 국내 제약회사인 휴온스가 화제의 중심이 됐다. 4월 30일 기준 미래에셋증권 고수익 투자자 기준 오전 11시까지 매수 상위 1위 종목이 되기도 했다. 스푸트니크V 의약품 제조 수탁기업(CMO) 컨소시엄사들과 함께 일명 ‘러시아 백신 테마주’가 되면서 4~5월 러시아 백신 뉴스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스푸트니크V는 어떤 원리를 가진 백신이고, 다른 코로나19 백신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현재 스푸트니크V의 세계 허가 진행상황은 어떻고, 국내 도입 시점은 어떤 절차를 거쳐 언제쯤이 될까?


작동원리는 이질적이지 않은 스푸트니크V

스푸트니크V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예방 효과를 가진 바이러스 백신이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연구소에서 개발한 백신으로, 2020년 8월 세계 최초 러시아 승인을 받은 후 헝가리, 필리핀 등 60여개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작동 원리는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를 벡터라는 전달 매개로 사용하여, SARS-CoV-2 바이러스의 구조 중 인체에 무해한 부분을 만들어내 사람 면역계를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단, 다른 바이러스 벡터 백신과 달리 1차와 2차 접종 때 활용하는 벡터의 종류가 달라 유효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SARS-CoV-2가 속해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돌기처럼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이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촘촘히 박힌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위에서 보면 왕관처럼 생겨 왕관이라는 뜻의 Corona로 칭한다. 돌기가 있는 신발이 미끄러지지 않고 한 곳에 멈추는 것을 돕듯, 스파이크는 인간 세포에서 수용체라고 하는 외부 물질을 받아들이는 부분과 잘 결합하게끔 해 준다. SARS-CoV-2는 특히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하는 사스바이러스보다도 전염과 확산이 빠른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인체에 이미 존재하는 단백질가위라는 것이 SARS-CoV-2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의 일부분을 유독 쉽게 자를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크 일부분이 잘리면 수용체와 결합이 더 쉬워진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침투를 성공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나타나면서 동시에 체내는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한 면역 반응, 즉 바이러스가 다음에 들어오면 바로 외부 물질로 인식할 수 있는 항체를 생산하게 된다.


요약하면, 결국 스파이크 단백질과 수용체의 결합이 잘 되면 바이러스가 목적하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코로나 백신들은 모두 SARS-CoV-2 바이러스 입자는 없이 겉의 스파이크 단백질만 유입되었을 때 인체에 무해한 점을 이용하여, 체내에서 SARS-CoV-2 바이러스와 동일한 스파이크 단백질이 발현되게 하는 방식을 쓴다. 


이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은 4가지로 나뉜다. 

첫째, mRNA 백신이다. mRNA라는 분자는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정보를 가진 일종의 설계도이다. 사람의 체내로 들어가면 면역세포의 단백질을 합성하는 곳에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도록 시킨다. 그 단백질이 세포 표면으로 나오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증상은 없으면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다. 안전성 면에서 장점이 크지만 안정성은 낮아 보관 조건이 까다롭고 비싸며 수급이 어렵다.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단백질 서브유닛 백신이다. 스파이크 단백질 또는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만들어 인체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역시나 이전 승인 이력이 없는 방식으로, 백신 작동을 위해 여러 번 접종받아야 하는 점이 단점이다. 노바백스 백신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은 상태로 변이된 ‘약독화 바이러스’ 주입 방식이다. 중국의 시노백 백신이 이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 방식은 바이러스가 직접 들어가는 특성상 안전성 입증을 광범위하게 해야 한다. 

넷째,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다.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가 운반체로써 체내에 들어가 목적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이다. 얀센,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과 스푸트니크V가 여기에 속한다. mRNA 백신 대비 저렴하고 안정성도 높지만, 단백질이 아닌 바이러스 벡터가 인체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출처 : Shutterstock

3상 유효성도 입증됐는데, 문제점이 남아있다?

영국 의학 저널인 랜싯(THE LANCET)지에 실린 스푸트니크V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2만명 이상의 참가자 중 75%를 접종시켜 91.6%의 유효성을 보였다고 한다. 단 동료 평가는 거치지 않아, 중립적인 전문가가 논문의 문제를 잡아내는 절차가 없었다. 하지만 논문 발표 후 러시아 개발 제품이라는 이유로 껄끄러워하던 세계 여러 국가도 이후 관심을 보이는 곳이 늘었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결합 접종 시험이 시작되었고(중동 위주 일부 국가만 승인), 긴급사용승인을 하는 국가도 급격히 늘어났다.


스푸트니크 V를 문제삼는 사람들이 흔히 지적하는 것이 러시아의 낮은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률(3월 말 기준 100만명당 3.8명)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다른 백신에 대한 접종률도 낮아 백신 자체에 불신이 큰 국가다. 오히려 이 탓에 해외로 원활하게 수출되었고, 해외 접종이력이 쌓이게 되었다. 접종한 국가에서 타 백신보다 오히려 부작용이 적게 나타났다고 보고한 긍정적 측면도 있다. 접종률보다 근본적인 쟁점은 4월 말 브라질 허가당국 Anvisa의 스푸트니크 V 허가 불허일 것이다. 사유는 백신에 증식 가능한 아데노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심각한 결함 탓이라고 했다. 이러한 복제능에 대한 기준은 러시아보다 미 FDA가 훨씬 더 타이트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에 브라질 기준도 만족하지 못하여 허가가 불허되었던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괜찮지만, 몸이 약한 사람이 아데노바이러스 부작용을 겪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 논란은 결국 6월 4일 Anvisa가 '건강한 성인 대상, 일부 인구 대상' 예외적 수입을 승인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종식된 상태이나, 다른 나라에서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각 국가의 판단에 달렸다.


우리나라 도입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근시일에 불가능

우리 정부가 스푸트니크 V 백신 도입 계획을 ‘검토중’, ‘검토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을 오락가락 할 때마다 관련주의 주가가 크게 요동친 이력이 있다. 국내 도입 예정 백신이 될지 여부는 식약처가 이 백신을 빠르게 심사할지, 일반 제품과 같은 속도로 심사할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아직까지는 이 제품은 신속심사 대상이 아니다. 5월 5일 김강립 식약처장은 인터뷰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이 사전 검토 단계로, 아직 임상 자료는 오지 않았지만 정식 허가 신청 예정으로 자료가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타국가 허가 및 사용 이력에서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이 혼재되어 있기에 식약처의 판단 방향은 아직 미지수다. WHO 백신 심사에 식약처가 참여하여 정보를 얻는다고 하니, 해당 정보 공개를 통해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으리라. 단, 현재처럼 일반 심사로 계속 진행시, 올해 국내 접종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의 백신 수급 문제는 아직 명확한 해결을 자신하기 어렵고, 하나하나의 대안이 다 소중한 상황이다. 스푸트니크 V가 백신 시장 지형을 변화시킬 제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아직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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