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하는 명상 방법 (2)
어떤 취미활동이든, 맛보기 시기가 지나고 이제 내가 뭔가 취미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지갑이 열리고, 관련 장비를 사모으기 시작한다.
명상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고 해서, 명상과 관련된 장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이다.
기본적으로 명상에 최적화된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 중 어느 곳에서 더 명상이 잘 되냐고 묻는다면
'명상을 위해 조성된 환경에서 명상이 잘 된다'는 대답이 당연히 나올 것이다.
명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차원을 모두 신경써야 한다.
1. 명상 수행을 도와 명상상태에 더 쉽게, 잘 들어가도록 돕는 기능적 차원의 환경(1)
2. 스스로가 명상을 습관화하도록 많은 흥미와 동기를 갖게 만드는, , 학습심리학적 차원의 환경(2)
그런데 (1)과 (2)를 구분해서 글을 복잡하게 만들기 보다, 그냥 현실적인 차원에서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초심자 여러분이 바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방법을 주제로 안내해 보도록 하겠다. 명상과 쉽게 연합되면서, 나의 기분을 좋게 해주거나 편안한 감정을 갖도록 도와주는 장비는 무엇이 있을까?
인간이 처리하는 정보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면 감각(시,청,미,후,촉), 정서, 인지 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감각은 종류와 성격에 따라 명상 수행(훈련)에 효과적이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것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방해가 되어 배제해야 할 정보들
시각 : 일상에서 너무 과다 노출, 과다 처리(전체 감각정보의 80% 이상 차지)되고 있어서 배제가 필요
감정: 부정 정서의 경우 반추(계속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상태)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너무 많은 주의자원을 뺏겨 제대로 된 정보처리가 어려우며, 불안 및 우울을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배제가 필요하다
인지 : 의식적 주의(메타 인지)가 없는 상태에서 정보들을 처리하고자 할 경우 FA(집중을 통해 다른 정보를 배제하고 하나씩 처리), OM(정보를 관찰하여 검토하면서 병렬적으로 처리) 두 방식 모두 정보들이 처리되지 않고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비산해버리기 때문에 초심자의 명상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상 수행에 활용하면 좋은 정보들
청각 : 시각정보가 줄어들면 바로 활성화되는 2인자 감각 자극으로, 시각을 차단하면 청각은 바로 활성화된다. 이런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청각 감각을 관찰하고 지각하는 연습할 수 있고, 다른 자극들을 배제하고 청각 자극만 집중하기도 괜찮아서 명상 수행에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촉각 : 피부, 즉 신체 외부를 둘러싼 다양한 물체(옷, 의자, 이불, 침대, ...)와 맞닿아있는 감각정보 뿐만 아니라, 내부감각이라고 하는 신체 내부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감각(호흡과 함께 느껴지는 횡격막이나 기도, 괄약근의 움직임) 등을 모두 총칭하는데, 특히 내부감각을 관찰하는 것은 많은 명상 방법에서 훈련 과정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다만 내부 감각은 눈에 보이지 않고 의지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 감각을 지각하는 것이 어렵다.
명상 수행에 보조적으로 활용되면 좋은 정보들
미각 : 미각(과 후각)은 거의 모든 정보가 외부로부터 들어오고, 외부 정보가 없을 때 내부 정보가 대체되는 경험을 하기 어렵다(환각과 환청은 있지만, 환미나 환후라는 말은 어색한 것이 그 이유이다). 하지만 명상에 활용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잘 활용되는 감각이다. 마음챙김 명상에서 건포도 명상 등에 활용된다.
후각 : 후각은 외부의 화학신호를 처리하는 굉장히 예민한 감각으로 쉽게 피로해져 빨리 둔감해지는 특성이 있고, 다른 감각들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감각이지만, 정서 및 기억 과정과 강하게 연합되어 습관화 및 학습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는 감각이다. 훈련에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활용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명상에서 후각 자극을 활용하는 것은 얼핏 어색할 수 있지만, 사실 꽤나 유구한 전통을 가진 명상 수행법이다 (절에 가면 항상 향이 있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인도에서는 향을 인센스라고 부른다. 요즘 힙스터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그 인센스 말이다! (명상도 얼마든지 힙하고 멋질 수 있다..)
향을 피웠을 때 나오는 향기를 명상 훈련을 하며 지각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훈련이 될 수 있다. 특히 호흡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과정에서 주의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게 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명상 훈련까지 가지 않더라도, 명상을 일상에서 습관으로 체득하기 위해 후각 자극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향을 피는 행위를 즐기고, 향의 향기를 맡으면서 생기는 좋은 기분(정서)과 명상의 경험이 연합하면서, 명상을 하는 습관을 더 빠르고 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심자에게 부담없이 인센스를 추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있다. 바로,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8개들이 1팩 1400원)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10000원어치 사둔 인센스를 1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쓰고 있으며 향을 피우고 남은 재를 덜을 그릇은 다이소에서 1000원에 구매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올리브영에서도 인센스 스틱을 판매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 쯤 되어, 인센스 구매에 관심이 생길 분들을 위해 내 경험을 조금 더 보태보자면, 보통 명상과 관련된 인센스로 <나그참파>가 많이 언급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는 냄새가 좀 강해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고
HEM의 chandan과 meditation이라는 인센스가 적당하고 향이 괜찮았었다.
단, 인센스를 태우며 나오는 연기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점 (원룸 기준 한개 다 태우는 것이 다소 빡세다), 재가 날릴 수 있다는 점을 꼭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센스가 발암물질이라는 얘기도 있고, 향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연기 냄새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옷이나 천에 냄새가 짙게 밸 수 있다. 이럴 경우, 아로마 오일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아로마 오일은 인센스에 비해 가격이 세지만, 향이 좀더 부드럽고 은은한 편이다. 오일 자체를 접시에 덜어 휘발시키면서 향이 퍼지게 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디퓨저(오일을 섞을 수 있는 가습기. 일반 가습기에 아로마 오일을 섞으면 고장의 원인이 된다)에 물과 함께 섞어 가습해 사용한다.
무인양품에 가보면 은은하면서도 촉촉한 특유의 향기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아로마 오일 향이다. 인센스는 타면서 발향이 되기 때문에 아로마 오일에 비해서는 조금 건조한 느낌(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이 있고, 장단과 호불호가 갈리고, 둘 다 쓰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적인 향의 종류가 다양하고, 오일들을 섞어서 나만의 향을 만들어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특히 테라피 요가나 아유르베딕 접근으로 아로마 오일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취향이 갈리고, 치유 효과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센스보다는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단점도 있다. 오일과 더불어 디퓨저도 구매를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시향이나 체험을 먼저 하고 구매하는 것을 권장한다(최저가 기준 : 아로마 오일 만원선, 디퓨져 3-5만원). 자칫 돈은 돈대로 쓰고, 정작 활용하지는 않는 집안의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을 주의하자.
건강과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인센스와 마찬가지로, 향기를 코로 흡입한다는 것은 엄연히는 화학물질이 몸에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디퓨져 역시 코로 흡입해도 괜찮은 오일과 그렇지 않은 오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다이소에서도 방향용 에센스 오일을 팔지만, (내가 알기로 디퓨저에 섞인 오일은 에어로졸 형태로 분사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어) 디퓨저용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디퓨저용과 디퓨저 사용이 어려운 오일이 나뉘는지는 모르겠지만, 식용의 형태로 추출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찰에 가면 들을 수 있는 타종소리나 풍경소리처럼, 청량한 금속음이 울려퍼지는 악기 중 하나로 싱잉볼이 있다. 연주자가 각각 음이 나는 싱잉볼을 모아 연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요가나 명상, 특정 교파에서(목탁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티벳에서 만드는 것이 고급품으로 알려져 있고, 여러 금속을 모아 만들며 과정이 간단치만은 않아 겉모양은 같더라도 소리의 질은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tv에서 방영하면서 유행을 탔는지, 네이버 쇼핑에서도 싱잉볼을 판매하는 것을 봤는데, 모양만 그럴싸한 것으로 보이며(가격이 말해준다) 실제로 울림이 있는 소리를 내는지는 보장하지 못한다. 특히나 좋은 싱잉볼 소리를 들어보지 않고 괜히 구매했다가는 처음 경험에서 실망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역시도 싱잉볼 연주를 온,오프라인에서 들어보고 전문점(?)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경험한 내용을 공유하자면, 싱잉볼은 청각적으로 듣는 것 보다 손에 올려놓고 음파의 진동을 느끼는 것이 특히 좋다. 내가 써봤던 싱잉볼은 수십만원 가격을 하는 제품이었는데, 싱잉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확실히 고급지고 신비한 느낌을 받아 비싼 값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봤던 논문에 따르면, 싱잉볼을 타종하면 음파가 굉장히 복잡하게 퍼져나가면서(맥놀이 현상) 그 과정에서 명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미묘한 소리가 유튜브의 영상에 담길지도 확신하기가 어려워 한번쯤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확실히 명상, 힐링, 웰빙 등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늘어났는지, 예전에는 구하기는 커녕 보는 것 조차 어려웠던 물건들을 너무 쉽게(제대로 인지는 모르겠지만) 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차피 장비라는 것이 전문가 레벨로 갈수록 까다롭고 비쌀 수 밖에 없고, 초보자 입장에서 덜컥 장비에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싸고 범용적인 제품이 많은 것은 명상을 안내하는 입장에서도 분명히 반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소품들은 꼭 명상 때문이 아니라도 감성적, 인테리어적 측면에서도 활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나는 인센스나 디퓨저 정도는 하나 장만해서 이래저래 활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나는 캠핑 가서 인센스를 한두개씩 태우는 편인데, 그 때마다 같이 갔던 모든 사람들이 인센스를 같이 즐기고 좋아했었다).
이렇게 일상 속에 명상과 관련된 것들이 하나 둘씩 깔아질수록, 명상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은 올라갈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명상의 긍정적 효과를 얻게 될 가능성 역시도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