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G
여덟 번째 편지
내 가슴을 여러 차례 찢어놓는 친구야 보고 싶다.
어색했던 첫 만남, 네가 불편했던 내가 너를 불편하지 않게 하려 애써 편안한 채 했던 것을 너는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몰랐다면 몰랐던 대로 몰라줬음에 고마울 뿐이지. 나는 네게 무던히 무딘 척 별 것을 별 것이 아닌 척 나를 많이 숨기고 가렸던 것 같아. 나는 그게 늘 아쉽고 미안했어. 말과 말이 오가며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 그것만큼 가슴 뛰고 설레는 일이 없는데 너와의 대화는 나의 사명감 어린 의무를 다함에 그쳤기에 우스갯소리나 본심을 정하기 위한 진실들에 조금 묻어나는 정을 차곡차곡 모으며 너와 나를 잇는 관계의 다리를 쌓아 올렸어. 네가 지금 그 다릴 쓰러트린 건 어떤 마음 때문이었을까.
G야, 엄청 추워졌어. 진짜 겨울이다. 넌 참 추위를 타지 않았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딱 일 년 전 이맘때쯤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넌 이런 날씨에도 청자켓을 겉옷으로 걸치고 곁을 내주지 않을 사람임을 티 내지 않고 혼자만 자꾸 혼자서만 있으려고 했다? 난 좀 네가 무섭고 어려웠는데 마음을 주고 또 주다 보니, 여기 한쪽에 서툴게나마 품다 보니, 이젠 네가 마냥 아이 같아. 그래서 네가 날 떠나거나 버린 게 아니라 내가 마치 널 잃어버렸다고, 나의 부족함이 널 놓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게 되나 봐. 맛있는 걸 먹으며 행복해하고, 좋아하는 노랠 부르며 진지해지던 네가 그리워. 그저 꼭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뿐이야. 울며 널 찾으러 가서 소릴 질러버려서 너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날 진심을 전한다고 소리를 치거나 눈물을 보일게 아니라 차라리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너의 언어를 배워서 하는 대화를 나눴어야 하나.. 그렇게 더할 수도 없었던, 최선의 최선이었던, 나의 능력으로 달리 바뀌는 일이 아닌 일을 쓸데없이 붙잡고 있는 나야.
너랑 나란히 앉아서 나누던 대화가 소중해. 포도맛 아이스크림을 먹고 너는 내게 선물을 가져다주었고 그리고 말없이 안부를 물을 새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데 너 말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다. 설령 네가 이 글을 본다 하여 이 마음들이 전해진대도 한낱 힘없는 한 사람의 미련 어린 감정들이 너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나는 네가 그래서 참 미워. 네가 좀 더 견뎌주었으면 싶으면서 네게 서운해. 미안해. 아무튼, 그래도 난 널, 그래서 난 널 위한 기도를 남겨볼래. 이 편지만큼 절대 전하지 못하는 말들은 없을 거야. 아마 다시는 널 보지 못할 거니까. 나에게서 지워져 버리고 사라져 버린 널 나는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엄마의 마음으로 기다리고 찾아보았다는 거 너 진짜 이래도 모르지? 참 나쁜 아이다 넌. 그래서 네가 더 아프고 너를 더 보고 싶어 하고 있는데.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 꼭 다시 보자.
너와 오래오래 옥신각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From.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