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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09. 2024

한국 여성, 베트남 여성

우라 딸 미안해 / 우리 아들, 감사하며 살자

 어머님께서 내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가 너를 낳았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라고.


 요사이 궁금한 것이 생겨 글을 찾아보고 있었다. '한국과 베트남이 유교를 따르는 전통은 같은데 왜 베트남 여성이 한국 여성보다 더 파워풀하고 활동적일까?' '왜 부부사이에서 여성의 파워가 한국보다 더 느껴지는 것일까?'이다. 


 결론은 이것이었다. 


 1. 부부별산제와 남녀균분상속제이다. 부부간의 재산소유권과 관련하여 남편이 아내의 재산을 상속할 권리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부부의 재산권에 있어서는 남편 재산이나 부인 재산은 결혼 생활 중에도 하나로 합쳐지지 않았고 독립된 채로 존재하였으며 단지 그 관리만 공동으로 하였다. 이렇듯 베트남의 경우는 유교가 수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재산권을 계속 인정해 주었다는 점이다. 


 2. 베트남 여성들은 농사일을 하면서 한 축을 담당하였고, 가정경제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물론 한국도 농경사회로 여자가 그만큼의 일을 담당하였지만 한국사회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또한 베트남 여성은 농사일에서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가족 내에서 어머니는 가정경제 담당자이며 자녀교육도 담당하였다. 즉 어머니의 역할은 아버지만큼 때로는 아버지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더불어 베트남의 마을 공동체 내에서 사회의 대외적인 활동의 주체였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여성은 주로 가사 일에만 전념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베트남여성은 전통적으로 집안내의 대소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높은 지위의식이 있었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 관계 속에 나타난 한국과 베트남의 고부관계 비교 연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한국학과 호 티 롱안 박사학위 논문 발췌 정리


 '한국과 베트남의 여성 파워에 대한 비교 이해'라는 내용은 별도로 적어 볼 계획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여성들은 유교가 심화 고착된 이후부터 남존여비의 관념에 따라 불평등하게 대우받고 살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딸아이가 하루는 엄마에게서 받는 차별에 서러워하면서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는 상진이에게는 이것저것 다 해주면서 내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도 상진이를 너무 사랑하는데 엄마가 자기와 상진이를 대하는 태도에 억울하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까지 한다고도 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는 멀어지더니 대학에 들어가서부터는 지금껏 떨어져 살고 있다. 같은 동네에서. 

 "엄마가 상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아빠는 우리 재현이를 더 사랑하고 아껴주고 있으니 우리 재현이가 서운한 마음 조금 내려놓으면 좋겠다"라고 달래기는 했지만.... 

 솔직히 '와이프가 딸아들을 얼마나 차별하려고?'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것은 내가 모르는 그 이상일 것이다. 우리 와이프도 상진이를 베트남에서 낳았을 때 "아버님, 어머님은 내가 아들을 낳았는데 어찌 아직까지 여길 와보시질 않냐고" 심통을 부린 적이 있었다. 


 아직도 그 바보 같은 전통은 여성들 마음속에 스스로 묻어 두면서 한을 갖고 있는 듯하다. 


 우리 딸, 미안해 

 더 평등한 세상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이제 우리 딸이 그런 세상을 만들어 손주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노력해 보자꾸나. 

 우리 아들, 감사하면서 살자.

 세상에 나온 것 만으로 엄마를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고, 더 많은 사랑받고 살고 있으니 더 많이 감사하면서 살자. 


 우리 누나들, 감사합니다. 

 멀리 떨어져 아들 노릇도 못하고 있지만, 항상 엄마, 아빠 곁에서 지켜주시고 사랑으로 살펴주셔서. 그리고 이런 동생을 항상 걱정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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