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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26. 2024

재택근무를 하겠다는 주방장

부모님 부양이 삶의 이유

  - 월 1회 휴무,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매일 13시간 근무

  - 하루 휴무 전날 밤, 오토바이로 편도 2시간 거리 호찌민市 부모님 방문, 급여 전달 후 귀환

 돈치킨 매장에서 근무하는 주방장의 지난 4년간의 근무 상황이다. 점심 피크타임 이후 잠시 숙소로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는 일만 하는 직원이 있었다. 


 처음 매장을 오픈할 당시, 직원들이 없어 휴무도 갖지 않고 신입 아르바이트생들을 가르치느라 쉬지 않고 일을 해 주는 것이 고맙기만 했다. 

 그런데 매장 운영이 안정된 이후에도 하루도 쉬지 않아 걱정마저 들기 시작했다. 초과 근무수당과 년 월차 비용 등 개인 한 명의 인건비가 다른 매니저 3명 분과 같은 정도에 이르렀고, 향후 베트남 노동법에도 저촉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그 주방장을 불러 일주일에 하루는 베트남 노동법에 따라 휴무를 하며 쉬라고 했는데 직원의 호소에 더 이상 휴무를 강제하지 못하게 되었다. 집에서 독자로 자랐는데 아버님은 병이 있어 누워 계시고, 어머님이 일도 못 나가시고 아버님을 돌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기가 보내드리는 월급으로 병원 치료비와 약값 그리고 생활비를 모두 충당하기 때문에 자기는 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기 삶의 이유 중의 첫째가 부모님을 부양하는 것이라고 말에 더 이상 말문이 막혀 버렸다. 직장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고 성실함까지 갖춘 직원이라 더 이상 휴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그에게 맡기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의 일이다. 

 주방장으로부터 Zalo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몸에 열도 많이 나고 목도 많이 아픈데 숙소에 가서 쉬어도 되겠냐는 메시지였다. ‘건강이 최고인데…’ 빨리 숙소로 가서 안정 취하고 푹 쉬라고 답변을 주었다. 숙소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가진단한 테스트기에 코로나 양성 표시가 된 사진을 첨부한 글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것 같다. 며칠 자가격리를 해야 될 것 같다”는 메시지였다. ‘주방장이 코로나에 걸리다니! 안 그래도 주방에 직원들도 많이 줄어든 상태인데…’ 하지만 직원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매장 걱정은 말고 무조건 안정하고 푹 쉬어서 빨리 회복하고 업무에 복귀하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조금 후 다시 메시지가 날아왔다. 만약 자가격리를 하면 격리기간 중에 급여는 나오는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이전에 발생한 직원들에 처리와 마찬가지로 기본급에 대한 부분은 인정되지만 근무로 처리되지는 않는다고 답변을 보냈다. 이후 황당한 메시지가 날아왔다. 집에서 핸드폰으로 업무 지시를 하면서 소위 재택근무를 하면 급여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주방장이 핸드폰으로 재택근무를 한다?’ 황당한 질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답변을 유보하고, “우선 몸이나 챙기라” “이런 생각으로 스트레스받지 말고 잠이라도 청해 안정을 빨리 찾으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매장 클로징 시간 즈음, 아프다던 주방장이 매장에 나타났다. 왜 나왔냐고 묻자, 쉰 목소리로 자가진단을 3번 해보았는데 음성이 나왔다며 “괜찮다”는 하는 것이 아닌가! ‘아침에 나왔다가 저녁에 잠시 나와 하루 근무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괘씸한 생각마저 들었다. 자기가 감염이 되었으면 빨리 자가격리를 해서 다른 동료들이 감명되는 것을 막도록 노력해해야 할 일인데 하루 급여를 챙기겠다고 매장에 나오는 모습에 화가 났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네 몸이 정상이 아니니 빨리 집에 들어가 쉬고, 건강해지면 나오라고 달래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 직원은 그날 이후 계속 출근을 하고 있었다. 가끔 매장에 가서 고객 많이 없으면 주방 매니저에게 맡기고 일찍 들어가 쉬라고 지시했다. 빨리 제대로 몸 상태 회복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달래며. 


 기가 막혔다가도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저렇게 해서라도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에 측은지심도 들고,  그걸 감수하며 절박하게 생활하는 모습에 일종의 경이감마저 든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 중에는 이렇게 지내셨던 분이 많을 것이다. 아버님 어머님에 대한 존경심이 다시 한번 불러일으켜진다. 


 住베트남대사관에서 2015년에 발표한 '베트남인들의 4대 가치'중 최우선을 '가족에 대한 헌신(Allegiance to the family)'으로 뽑고 있었다. 가족을 베트남 사회의 중심축으로 보고, 자식의 효도를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감사해하며, 자신을 희생하여 가족을 최우선적으로 사랑하고 노령의 부모를 돌보도록 교육받으며 성장한다. 또한 가족 개인의 불미스러운 행동이 사회에서 가족·조상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미덕과 성공은 가족 명예와 자존심으로 귀결된다고 여긴다고 한다.


 주방장의 사례는 조금 특이한 경우이고, 특별히 그 직원이 효(孝)에 대해 절실한 감정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베트남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그리고 공통적으로 '부모에 대한 봉사와 희생'을 최대의 가치 중에 하나이며 그렇게 행동한다는 점이 분명한 것 같다. 


 베트남 사람들의 가족사랑과 부모 부양에 대한 마음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나도 대답에 주저하게 된다. 내 모습을 돌아보니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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