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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Sep 23. 2024

추한 한국인이 만든 더러운 한국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배려심 & 예의를 갖추자


 해외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아가지만, 때로는 우리의 행동이 그 자부심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타국에서의 생활은 그 자체로 많은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타인을 대하는지는 그 나라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외에서의 작은 행동들이 때로는 한국인의 전체적인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유지하는 동시에, 타인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지키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1. 타국에서의 무심한 행동이 가져오는 부끄러움

 베트남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 한국 손님이 클레임을 걸고 있으니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문제를 들어보니 그 손님은 후라이드 치킨을 시켰다가 양념치킨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는데, 양념치킨으로 변경하면서 추가 금액이 부과된 것에 불만을 표한 것이다.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치킨의 가격 차이는 메뉴에 명시되어 있기에 추가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 손님은 베트남어로 직원에게 분명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추가 요금에 대해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치킨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그 손님은 자신이 베트남어를 사용한 것이 잘못이 없으며, 내게 직원 교육이 잘못되었다고까지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이 사람, 다른 곳에서도 베트남어 조금 한다고 직원들을 무척 곤란하게 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현지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부끄러워지는 경우가 이런 경우이다. 결국 고객을 달래 보내고 직원들에게는 "너희 잘못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내 얼굴은 후끈 뜨거워짐을 느꼈다. 


 2. 기본적인 예의는 어디에서나 중요하다

 '공감' 매장은 주로 편의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외부에서 간단하게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어느 날, 한국 남성과 그의 현지 애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찾아와서 생맥주와 한치구이를 주문했다. 직원이 한치구이를 준비해 가져다드리자 그 남성은 직원에게 한치를 찢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내가 고객에게 여기는 술집이 아니니 직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라고 설명을 하고 나니, 옆에 앉은 현지 애인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찢으라고 지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만약 직원들만 있었더라면 서로가 어떤 말을 들어야 했을지 뻔히 알 것 같다. 한국 손님은 기분이 상할 것이 분명한 한국어로 직원에게 불쾌한 말을 했을 것이고, 직원들은 속으로 그 이상의 욕으로 한국 사람들을 경멸했을 것이다. 


 3. 진정한 배려는 어느 사람이든 몸으로 느낀다 

 호치민시의 총영사관에서 통역과 지원업무를 하는 베트남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한국의 모 대학에서 2년간 석사학위를 위해 유학을 다녀왔다고 했다. 베트남 사람이 한국에 대해 느끼는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한국사람이 싫었던 적이 있나요?"라고 물었는데,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학생 때 친구들과 농촌활동을 간 적이 있었다. 그 마을의 아저씨가 새참으로 사과를 깎아 주시면서 "베트남에서는 사과 못 먹지?"라고 하시길래 속이 상해서 "네 안 먹어요. 저희 베트남에선, 사과 돼지들 밥으로만 먹여요"라고 답하고 그 사과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한 편으론 속 시원하게 대답 잘했다고 말해 주었지만, 한편에선 닭살이 돋았다. 물론 그 분은 모르고 배려로 그렇게 말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배려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베트남, 베트남 사람을 우습게 보고 깔보는 마음이 있었으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4. 한국어와 예의를 지키는 것이 자부심이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에게 존대어를 가르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하루는 아리따운 베트남 여성이 매장을 찾아와 내게 한국말로 "사장, 왜 과일 소주 없어? 왜 막걸리 없어?!"라고 반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딸보다 어린 듯한 그녀가 이렇게 반말로 대하는 상황에 너무 놀라고 불편해서 매장을 나와버렸다. 그녀의 태도에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어를 가르칠 때 존댓말을 교육하지 않은 탓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그렇게 가르친 한국 사람이 밉기도 했다. 외국인에게도 존대어를 가르치고, 그들이 한국어를 사용할 때 어린이건 어른이건 예의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리라. 

 그 날 저녁 형님이 매장에 오셨기에 상황 말씀을 드렸더니, 형님은 일부러 반말을 배우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신다. 자기가 받았던 대우에 대해 반응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말에 더 크게 한 번 놀라고 말았다. 

 결국 한국인이 현지에서 또는 한국에서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행동했느냐에 따라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어떻게 배우고 사용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방식 또한 한국인의 이미지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국어와 행동을 통해 한국인의 자부심을 지키는 방법은 분명하다. 모두가 해외에서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담아 행동하고, 아름다운 한국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곧 우리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해 주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특히 한국인 개인이 해외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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