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관문! 그래도 베트남, 사람들이 내게 주는 것이 있기에
베트남에서 중장기로 생활하기 위해 가장 번거로운 일 중의 하나는 비자 발급 및 연장일 것이다.
베트남에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비자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선 1.한국인의 경우 단기 관광을 위한 45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2.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관광 비자 (Tourist Visa, DL 비자)가 있다. 유효 기간은 최대 3개월이며, 단수 또는 복수 입국이 가능하다.
3.사업 비자 (Business Visa, DN 비자)로 비즈니스 회의, 고객 방문, 계약 체결 등의 목적으로 발급되며 통상 보통 3개월에서 12개월까지 가능하다. 이 경우 베트남내 직접적인 취업 활동은 허용되지 않으며, 주로 단기적인 사업 목적이다.
4.노동 비자 (Work Visa, LĐ 비자)로 베트남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비자이며 유효 기간은 통상 1년 ~ 2년이며, 베트남 노동청에서 발급한 노동 허가서가 필요하다. 노동 비자가 발급된 후, 임시 거주증(Temporary Residence Card, TRC)을 신청 및 발급 받을 수 있으며, 비자와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5.투자 비자 (Investor Visa, ĐT 비자)는 베트남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발급되는 것으로 투자금 규모에 따라 1년에서 최대 10년까지 가능하다. 투자 비자를 받은 투자자는 장기 체류와 출입국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임시 거주증 신청이 가능하다.
6.가족 초청 비자 (Family Visa, TT 비자)는 베트남 국민 또는 베트남에서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가족이 베트남에서 체류하기 위해 발급되는 것으로 유효 기간은 1년 ~ 3년까지 가능하며, 거주증 신청도 가능하다.
7.학업 비자 (Study Visa, DH 비자)는 베트남에서 학업을 목적으로 체류하는 학생들에게 발급되는데 통상 1년이며, 연장이 가능하다.
8.외교/공무 비자 (Diplomatic/Official Visa, NG 비자)는 외교관 및 공무원에게 발급되는 비자이며, 베트남 정부의 요청에 따라 유효기간이 다르다.
주재원이 아닌 개인의 신분으로 베트남에 돌아 왔을 때는 관광 비자로 시작했다. 당시 최대 90일짜리 비자를 받고, 그 기간안에 임시 거주증을 만들면 되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베트남의 비자 체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깨달았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비자 종류도 다양하고, 각각의 조건도 천차만별이어서 , 대기업 주재원이나 국제결혼을 한 분, 대규모 자본금을 투자한 분이 아닌 필자처럼 식당 등 자영업을 하거나, 작은 사업를 운영하며 몇 년간 생활해온 사람들에게는니라면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닌, 비자 연장 절차상의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으실 것이다. 특히 한국과 베트남 양국간의 정치적 관계에 따라서도 기민하게 반응하여 무슨 빌미스런 일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비자 연장이 더더욱 어려워지고, 코로나 사태 등의 대외적인 환경에 마저도 영향을 받곤 한다.
필자는 6년 전 새로 베트남에 들어와 친구 회사의 직원으로 등록하여 2년 거주 비자를 받고 1회 연장을 하였다. 이후 내가 직접 투자를 하여 FORBS라는 법인을 만들었지만, 등록 투자금이 작다(최소 1.6억 원 정도의 투자금이 있어야 발급 가능하다고 함)는 이유로 거주비자 발급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입국시 무비자로 45일을 체류할 수 있게 되었지만(이전에는 15일) 통상 베트남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에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최초 무비자로 입국하여 45일간을 생활하고 3개월 비자를 발급받고 그 비자를 3개월 단위로 연장하여야 한다. 그것도 비자를 자꾸 연장하면 당국에서 확인 후 발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호찌민시에서는 외국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불시 검문을 실시하여 무비자 외국인과 거주증 미소지자에 대한 색출 및 처벌 등이 수시로 진행된다고 한다. 물론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은 없다. 마약 거래자나 경제 사범 등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단순 비자 미갱신나 거주증 미등록자는 범칙금 또는 뒷돈으로 바로 해결되곤 한다.
왜 베트남 당국은 비자 발급을 어렵게 하고, 기간도 짧게 하면서 외국인들을 괴롭게 하는 것일까? 단순 여행자나 불법 체류 노동자도 아닌데 말이다. 그 이유는 통제와 국자 재정수입 확대라고 볼 수 있다.
첫 째, 외국인들의 활동을 수시로 확인, 통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일종의 위협을 주는 것이다.
둘 째, 비자 발급과 출입국 사무소의 수입을 통한 재정 확보이다. 실제로는 이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왜냐하면 3개월짜리 전자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약 40불의 비용이 든다. 이 전자비자를 발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외국에 출국을 하였다가 다시 입국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 한 번 갔다 온다 치면 항공료와 체류비 등이 최소 100만 원 이상 들어야 하고,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을 갔다 오는 것도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호찌민시를 위시한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이 이용하는 방법은 육로를 통해 출국 및 입국이 바로 가능한 캄보디아의 목바이 국경을 나갔다 오는 것이다.
현재 투자비자를 받지 못한 나도 결국 이 비자런 방식을 통해 비자를 연장하고 있다. 이 방법을 알고 진행하시려는 분들도 많이 있고, 몇몇 유튜브에서도 설명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목바이 국경을 통한 비자 런’을 글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우선 45일의 무비자가 아닌 3개월 복수비자를 위해서는 현지에서 E-Visa를 발급받아야 한다.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비자나 거주증 발급 등을 대리해 주는 단톡방을 통해 전자 비자를 발급받았다. 비자 발급을 위한 여건, 사진, 출입국 일자 등의 신상 정보를 제공하고 3개월 복수 관광비자 발급에 해당하는 45불을 업체 계좌에 송금하였다. 업체에서는 기존 비자의 만기 최소 10일에는 신청을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처음엔 비자 발급을 신청하고 나서 발급이 거부될 경우는 어떠한 환급이나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 있어 불안한 마음과 믿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혼자서 처리하기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청을 하였고 전자비자 발급 후 무사히 연장이 되었기 때문에 이 번에는 부담을 조금 덜고 신청을 하였다. 카톡으로 비자 신청 후 약 4일 후에 전자 비자증이 내게 돌아왔다. 전자 비자를 출력해 놓았다.
전자비자를 발급받았지만, 매 번 비자 연장을 하러 갈 때면 여러 걱정들이 엄습해 온다.
전자비자를 발급받으면서 어느 지역으로 입국을 하는 지를 명확이 입력해야 하고, 만약 그것이 다르면 입국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말을 들고 있었는데 이번 전자 비자증에는 입국 지역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다만 내 여권의 발급처만 S.KOREA로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전자비자의 내용에는 입국지역이 명기되지 않고, 입국자의 국적만 적힌다.
이제 실제 목바이 베트남-캄보디아 출입국 사무소를 통한 비자 연장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253e Pham Ngu Lau street, District 1’ 금호 고속 정류장의 주소이다.
한국의 '금호'기업에서 투자한 금호고속을 통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왕복으로 운행하는 여행 서비스를 이용하였다. 이 서비스에는 베트남 출입국과 캄보디아 입출국 서비스를 함께 제공된다. 즉 이 버스를 이용하면 단체로 입국 및 출국장에서 심사 및 비자발급 업무를 대행해 주는 것이다. 수속 처리 후 출입국 사무소 직원에게 얼굴 및 지문확인만 확인시켜 주면 된다. 물론 모두 베트남 직원들이 운행 및 여행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한국인 관리자와 연락하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고객은 프놈펜에 도착 후 여행을 하고, 예약된 귀국 편 차량에 탑승하여 베트남으로 돌아오면 된다. 필자처럼 비자 연장만을 위한 사람은 캄보디아의 국경 목바이 출입국에서 캄보디아 입국 후 목바이 주변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프놈펜에서 오는 금호버스를 타고 다시 출입국 심사를 받고 돌아오면 된다. 하지만 필자는 그 시간도 아까웠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한 시간 반을 기다리는 것도 그렇지만 비용도 더블로 들기 때문이다. 프놈펜까지 왕복 티켓을 이용하면 1,06만 동을 지불해야 한다. 필자는 53만 동을 지불하고 편도를 예약하였다(이번 6월 21일 비자런 때에는 편도 50만 동을 지불하였다)
08:30 출발 예정인 버스는 정확히 5분 전에 도착하여 승객들을 태우고 목바이로 향했다. 버스에는 운전기사 외에 비자 수속을 위한 여권 검사 및 캄보디아 비자 발급 비용을 받는 직원이 한 명 더 같이 탑승하였다. 나는 프놈펜까지 가지 않고 목바이에서 내려 혼자 비자를 발급받고 베트남으로 바로 입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이 캄보디아 비자 발급 수수료 40불을 요청하여 지불하였다. 버스는 시내를 통과하여 외곽으로 향해 50분 정도를 달려 09:20에 어느 한 주유소에 차량을 세웠다. 직원은 승객들에게 2층의 침대 차량으로 바꿔 타라고 하였다. 2층 침대 버스는 신발도 벗고 올라가야 하고 내부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누워 한숨 잠을 자기에도 충분히 길어 일부러 다리를 뻗고 누워 눈을 감아보기도 했다. 물론 낮이고 비자 연장이라는 당면 문제가 있어 불안에 잠이 들지는 못했다.
09:35에 다시 출발한 버스는 2시간 정도를 달려 11:25분에 목바이 베트남 국경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였다. 승객들은 사무소 내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직원이 이름을 호명하면 출입국 통로를 지나면서 관리자에게 여권과 얼굴만 대조하고 나가면 출국과정은 끝난다.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시 버스에 올라 국경을 지나 캄보디아 땅에 내리면 캄보디아 출입국 사무소이다. 차로는 30초도 안 움직인 것 같다. 승객들은 길에서 비자 발급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 출국과는 달리 캄보디아 입국에는 35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이 번 캄보디아 입국 심사에는 지문 인식이 추가되었으면 체온 검사를 하면서 베트남 2만 동을 요구하는 것이 추가되었다. 체온계가 실제 작동되는 지도 모르게 내 이마에 체온계를 조준하는 포즈를 취해 주는 데에 2만 동 헌납을 또 요구받은 것이다.
금호 버스 직원에게 필자는 여기서 개인적으로 다시 베트남으로 입국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여권을 받았다.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과정은 내가 직접 캄보디아 출국 및 베트남 입국을 진행하는 것이다. 내가 받은 캄보디아 비자는 3개월 복수라고 하는데 40불이 소요된다. 난 베트남 비자 연장을 위해 1시간 정도 캄보디아 땅을 밟으면서 40불을 지불하는 것이다.
캄보디아 입국 사무소에서 또 한 번 황당한 상황에 마주쳤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체온 검사를 한다며 이마에 체온계를 대는 척만 하고는 2만 동을 요구했다. 나는 "왜요?"라고 물었지만, 검역관은 그저 웃기만 했다. 대답도, 이유도 없었다. 돈을 내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출국 사무소 직원에게 여권을 내 보이니 웃으며 “오늘 바로 가는 겁니까?”라고 묻는다. 간단히 “네”라고 답변하니 비자런 하는 것을 아는 듯 그저 웃으며 10만 동을 달라고 한다. 무슨 비용? 처음 정말 이유를 알고 싶어 물어보니 심사관의 답변은 잉크로 찍어주는 출국 스탬프 비용이라고 한다. 물론 개인이 갖는 것은 아닐 것이고 국고로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고 아마도 출입국 사무소와 직원들의 기타 수입이 될 것이다.
캄보디아나 베트남 양국이 모두 비자 장사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국경을 약 5분간 걸어서 베트남의 출입국 사무소에 들어섰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평일인 관계로 사람들도 많지 않았고 약 5분 정도 대기하니 바로 내 차례가 되었다. ‘전자 비자에 목바이라는 지점 명기가 안 되어 있다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귀국행 항공표를 보여 달라고 하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등의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행정관은 아무 말도 없이 입국 도장을 찍고 만기 일자를 펜으로 적고 내게 돌려주었다.
오전 내내 불안에 떨었던 것이 사라졌다. 무슨 큰 축복이라도 받은 양 “cam on nhieu : 너무 고맙습니다”라고 답변하고 출입국에서 여권과 비자를 검사하는 직원에게 보여 주고 날쌘 걸음으로 출입국을 빠져나왔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면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오는 많은 관광버스가 비자를 발급받고 나오는 승객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중에 좌석이 남아 있는 버스에 탑승을 하면 아침에 금호 버스를 탔던 호찌민 시내로 돌아와 내려준다. 요금을 물어보니 200,000 vnd이라고 한다. 아침에 편도로 왔을 때 530,000 vnd 이였으니 330,000을 절약한 셈이다. 되도록이면 베트남 여행버스를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베트남 여행버스는 보통 아침에 출발한 여행자 거리가 종착점인 반면에 캄보디아 여행버스는 탄션녓 공항 근처나 차이나타운 쪽이 종착점이어서 새로 이동하거나 길을 발 모르면 당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3개월의 베트남 생활을 연장하고 호찌민으로 돌아왔는데 갈 때 3시간 20분이나 걸렸는데 올 때는 2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전 출근 시간대여서 교통체증에 시간이 지체된 것 같다. 되도록 이면 아침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출근시간대를 피해 이동하고 퇴근시간대가 되지 않게 돌아오는 것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그리고 입국 사무소에서 기다리면서 지치고 스트레스받는 일은 되도록 줄이기 위해서.
전자 비자를 발급해 주었으면 그걸로 되는 것이지 왜 또 외국을 나갔다 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의문과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베트남에서의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비자 연장은 귀찮고 힘들지만, 이 나라에서 얻는 작은 기쁨과 생활의 자유로움이 그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매 번 비자 갱신을 할 때마다 나는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그럼에도, 나는 다시 캄보디아 국경을 넘을 준비를 한다. 왜냐하면, 이곳에서의 생활은 여전히 나에게 많은 것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