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겨울에 사라져가는 겨울 장면들
오래간만에 찾은 서울의 겨울밤. 목동의 작은 공원 옆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에 무엇을 파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가서 보니 추억의 붕어빵을 팔고 있었다. 몇 년전에 갔을 때는 호떡과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없어서 이유를 알아보니, 주위 매장 주인들이 경찰에 불법영업이라고 신고를 해서 영업이 중단되었다는 것였다. '얼마나 번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인정이 사라졌나?!' 싶어 마음이 씁쓸한 기억이 있었다.
찬바람 속에서도 훈훈한 열기가 감도는 풍경을 마주하니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이다.
어릴 적 기억 속의 붕어빵은 단순한 간식 이상의 의미였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붕어빵의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부모님 몰래 용돈을 털어 사 먹었던 추억, 한겨울 친구들과 서로 뜨거운 붕어빵을 나눠 먹으며 웃고 떠들었던 순간들, 동네 슈퍼 앞에서 김을 모락모락 내며 주인을 기다리는 호빵 기기도 보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오시던 종이봉투에 든 따뜻한 붕어빵까지. 붕어빵은 겨울이라는 계절의 상징이자, 그 시절의 따뜻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였다.
그 시절과 비교해 보면 요즘의 겨울은 너무 달라 보인다. 길거리의 붕어빵 포장마차는 점점 보기 어려워졌고, 붕어빵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커다란 석유 드럼통에 고구마를 굽던 교련복을 입은 젊은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 국물을 마시며 떡볶이와 순대를 먹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나 또한 그 긴 줄에 합류하며 오랜만에 붕어빵 한 봉지를 손에 쥐었다. 봉지 안에서 퍼지는 따뜻한 온기와 달콤한 팥 냄새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제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다 주었고, 무엇보다 이 포장마차를 운영하게 해 준 주민들과 주변 매장의 주인들의 따뜻한 마음에, 내 마음 속까지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밤의 붕어빵은 단순한 길거리 음식 그 이상이다. 추억이 되고, 기쁨이 되고, 또 하나의 작은 행복이다. 언젠가 다시 그 붕어빵의 줄을 보게 된다면, 조금 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림의 시간을 즐겨보는 것 또한 기분 좋은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