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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화 Nov 03. 2024

(소설)로맨스

제8화_다시 2017년 가을(마음의 문이 있다는 것)

마음의 문이 있다는 것
The door to One's heart


 

다시 2017년 가을

오늘, 여자는 결심했다. 남자에게 묻겠다고. 그때 자신을 좋아했었는지…


남자는 오랜만에 여자를 볼 생각에 기대가 크다. 여자가 사는 곳 근처에서 술자리가 있다는 핑계로 시간을 내서 보러 가는 날이다. 술자리는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남자는 시계를 보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남자는 급하게 자리를 마무리하고 허겁지겁 거리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여자는 스타벅스에서 기다리고 있다. 얼마전에 산 소라색 스웨터를 입고, 머리를 뒤로 단정히 묶은 채. 평소엔 거울도 잘 안 보던 여자가 오늘은 몇 번이나 들여다보며 나이 들어 보이진 않을까 걱정했다. 사실 요즘 막 서른이 된 대학원 동기와 데이트를 하고 있어서 꾸미는 데 조금 신경 써온 덕인지 오늘, 꽤 괜찮아 보인다.

“예뻐.” (미소)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스타벅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저씨가 됐을 거라 생각했지만, 'not bad'. 남자의 체크 셔츠가 딱 벌어진 어깨에 잘 어울린다. 


둘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식당으로 이동해서 얘기를 나눈다.


"우리 강사님, 먹고 싶은 거 제가 다 사드릴 게요. 요즘 공부하는 학생이시잖아요. 선생님,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늙지도 않으시고."


이런 말이 가식으로 들리지 않는다. 남자의 눈빛은 달콤하고, 더 많은 것을 전하고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자신에게 여전히 소중한 여자를 향한 진심이 녹아 있었다.


여자는 잠시 남자의 눈을 바라보다가 불쑥 물었다. 

“그때 저를 좋아하셨나요?”


남자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말을 멈추고, 차분히 여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를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데이트 신청 한 번 없으셔서… 한 번은 표현해주시길 기다렸는데. . .”


남자는 약간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나는 강사님이 너무 좋아서 수업 한 번도 빠진 적 없고,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수업도 빠짐없이 참석했는데요? 내 마음을 모르셨어요? 강사님이 틈을 전혀 주지 않으셨잖아요. 그리고 맨날 바쁘다고 하시고, 뭐… 10시에 퇴근한다고 딱 철벽 치고…" 남자는 억울했던 속내를 드러내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서운함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차 한 잔 마시자고 했는데도, 바로 거절하셨잖아요."


반쯤 남은 마티니를 마시며 여자는 말한다. 

 “우리 이제 자주 만나요. 친구처럼, 편하게.?.” 여자는 살짝 말도 놓아본다. 


친구라면 자주 볼 수 있을까? 편하게 대하면 더 자주 볼 수 있을까? 여자는 남자를 더 자주 만나고 싶고 보고싶을 때마다 연락하고 싶고, 생일에도 만나서 축하해 주고 싶다. 

새로운 소식을 직접 만나서 전해주고 싶다. 남자의 마음을 보고싶어서 프로필 사진 업로드하고 남자의 ‘좋아요’를 보고 미소 짓는 대신에… 직접 만나서 “좋아요!”라고 듣고 싶다. 미소를 함께 나누고 싶다.


‘친구처럼. . .  ‘

남자는 여자를 친구로 만날 생각이 없다. 지금 바로 연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구로 정의해 놓고 싶지 않다.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그 어딘 가에 있다. 어디인가? 

where?

“저는 우리 선생님을 편하게 대하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여전히 어렵고 소중하게 만나고 싶어요, 우리.”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막 대하고 싶지 않아요.” 


둘은 어렵게 마음을 살짝 열었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창문을 아주 조금만 밀어 놓은 듯, 그 틈새로 어쩌면 서로에게만 보일 감정이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붉게 물든 가을 빛이 슬며시 들어왔다.



Nudged just slightly ajar, barely enough
A warm Autumn glow gently flowed between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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