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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06 나만의 이론 세우기

영국 스톤헨지 : Track.06 Wanna Love You - 폴킴

by 한스
2019.09.20 (금)
영국 런던 바캐스(바스+캐슬쿰+스톤헨지) 투어
Track 06. Wanna Love You - 폴 킴




영국의 과거로 떠나는 여행


화창한 날씨가 지속되는 런던의 하늘은 오늘도 티없이 맑았다. 푸른 하늘을 배경삼아 오늘은 런던에서 좀 더 멀리 나가보았다. 어제까지는 런던 도시의 현대적인 모습을 보았다면, 오늘은 런던에서 벗어나 브리튼섬의 과거를 엿보는 일정이었다.


런던은 로마제국 시절 '론도니움'이란 요새에서 시작한 도시로 오래된 도시다. 그러나 17세기 런던 대화재 사건으로 런던의 옛모습은 불에 타버렸다. 그래서 런던에서는 옛모습을 찾기는 힘들고, 17세기 이후의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들이 많다. 그래서 런던을 보면 근대적이고 현대적인 모습인 '모던한 런던'이 떠올리게 된다.


이 날엔 영국의 과거를 알아보러 런던 밖으로 향했다. 로마인들이 만든 도시 바스 (Bath)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단골손님 스톤헨지를 보러 갔다. 거기에 코츠월드(Cotswold)의 작은 마을인 캐슬쿰 (Castle Comb)을 들르는 ‘바캐스 투어’를 떠났다.


세븐시스터즈 투어와 같은 업체에서 바캐스 투어를 떠났다. 세븐시스터즈 투어보다는 적은 인원들이 모여 버스에 탑승했다. 어제의 락스프릿 가득한 텐션은 잠시 내려놓았다. 가는 길 동안 지나쳐가는 끝없는 평원들을 보며 차분한 마음 상태가 계속 되었다.





로마인의 오감을 느꼈던 바스(BATH)


런던에서 2시간 30분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록된 ‘바스(Bath)’였다. 바캐스투어의 첫번째 여행지였다.


영단어 Bath의 어원이 되는 도시인 바스는 고대 로마인들의 온천 휴양도시였다고 한다. 바스의 메인 랜드마크는 역시 로마인들의 온천 워터파크였던 ‘로만바스(Roman Bath)' 되시겠다. 로만바스를 둘러보면서,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공간의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느꼈다. 세부적인 부분과 종교적인 의식공간이 추가되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현재도 온천수가 나오는 로만바스에서는 온천수를 맛볼 수 있었는데, 철분이 많아 철냄새가 나는 뜨뜻미지근한 약수물 맛이었다.


로만바스에서 바스 시내를 구경하면서 들른 곳은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ent)였다. 초승달 모양의 테라스 건물인 크레센트는 바스의 로열 크레센트가 원조이자 으뜸이라고 한다. 길게 늘여선 건물의 모양을 보며 저 집은 한 채에 얼마인지 가이드님께 여쭤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최소 40억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제값을 하는 건축물이었다.


로마인들의 워터파크 로만바스 (Roman Bath)
바스의 로얄 크레센트





목가적인 풍경의 캐슬쿰


바캐스 투어에서 두 번째로 간 곳은 캐슬쿰이었다. 바스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캐슬쿰은 코츠월드에 속한 작은 마을 중 하나였다. 아기자기한 마을인 캐슬쿰은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2년 이상 1위였다고 한다.


코츠월드는 보통 옥스포드와 함께 간다. 현지 여행사들도 코츠월드와 옥스포드를 함께 묶어서 '옥코투어'를 많이 운영한다. 옥코투어를 하는 이유는 거리상으로 가깝기도 하고, 이동하기도 수월해서란다.


캐슬쿰은 영화 ‘워 호스(War Horse)’의 촬영지로 유명한 마을인데, 조그만한 마을을 둘러본 감상평은 피터 래빗의 마을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아기자기하고 목가적인 마을이 모인 코츠월드 지역을 제대로 투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고 화려한 런던의 대도시와는 다르게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원한다면 캐슬쿰, 코츠월드에 오는 걸 추천한다.






불가사의 앞에서 나만의 이론을 세워보기


코츠월드에서 1시간 차를 타고 간 곳은, 가장 기대가 많이 되었던 스톤헨지였다. 서프라이즈의 단골주제인 스톤헨지가 내게는 이번 투어의 메인이었다.


일부 스톤헨지를 가본 한국사람들의 감상평은 생각보다 실망스럽다였다. 강화도만 가도 흔하게 널린 고인돌을 볼 수 있는 고인돌의 민족에게 스톤헨지는 큰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후기를 참고해서 일부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가이드님도 이러한 반응을 하도 많이 경험해보셔서인지 버스에서 큰 기대하지 않으시는게 좋다고 했다.


가이드는 고인돌의 민족이 스톤헨지를 즐길 수 있는 방법 한 가지를 제안하셨다. 그건 스톤헨지를 과연 누가, 어디서,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을까 고민하며 나만의 이론을 세우는 것이라 했다. 어차피 불가사의 문화재이니, 정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그러니 나만의 이론을 세워서 스톤헨지를 보는 기억을 재밌게 남겨보라고 했다. 스톤헨지를 제대로 보러 나 역시도 나만의 이론을 잡아보기로 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셰익스피어와 영미희곡’ 수업에서 1971년도 영화인 ‘리어왕’을 짤막하게 본 적이 있다. 리어왕의 첫 장면은 리어왕이 횃불을 들며 딸들을 불러모으는 장면인데, 그 장면의 장소가 스톤헨지다. 드루이드교의 의식장소였다는 이론이 있는 스톤헨지는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알려져있지 않다. 그래서 10명의 스톤헨지 연구학자들이 있으면 11개의 가설과 이론이 나온다고 한다.


사방이 허허벌판인 곳에 덩그라니 세워진 스톤헨지를 보며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건 마법사 멀린의 작품이다는 거다! 영국은 바야흐로 해리포터의 나라 아닌가? 스톤헨지는 우리와 같이 하찮은 머글들은 모르는 심오한 의미를 지닌 마법사들의 유적지였을 것이다. 물론 아무도 믿지는 못하겠지만.


나만의 이론을 세우면서 봤기에, 사람들의 후기와는 다르게 나는 스톤헨지가 흥미로웠다. 다만 입장료가 좀 비싼 게 흠이었지만. 영국의 과거를 먼발치에 두고 다시 런던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런던의 지독한 교통체증을 경험하며 시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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