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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29. 2022

길 잃은 곰젤리

여느 때와 같이 씻고 나서 머리를 말리던 시간이었습니다. 머리를 바짝 말리는 걸 좋아해서 한참이나 드라이어를 붙잡고 있었어요. 

날이 더워서였을까요.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으아앙 하고 우는 아이 소리가 들리더니 저에게로 달려와 폭 안겼습니다. 

앙앙 울던 아이의 볼이 발갛게 익어 있었지만 아이의 얼굴은 여전히 귀여웠어요. 아이의 머리칼을 정리해주며 달랬더니 아이가 옹알이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진정되었어요.

"집을 잃어버렸어."

발간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집이 어디야?"

아이는 바로 옆집을 가리켰어요. 이상한 일이었지만 문이 닫혀있었기에 아이가 문을 열지 못해서일까 집 문을 두드리지 않고 바로 열어보았어요. 

"자. 어서 들어가렴."

아이를 집으로 들여보냄과 거의 동시에 집안을 통하는 바람이 후욱 불더니 아이가 작은 곰젤리만한 크기가 되어 데구르르 굴러나왔어요. 귀찮은 일이 싫어서였는지 집안을 더 알기에 무서운 기분이 들었는지, 곰젤리를 여러번 휘익 하고 들여보냈지만 거센 바람에 쓸려 먼지처럼 날아 돌아왔어요.

그제야 저는 문을 콩콩콩 작게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안쪽에서 기척이 나더니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눈을 부비며 밖으로 나왔어요.

"아이가 길을 잃어서 들여보내려는데 자꾸만 돌아와서요."

아이를 위한 일이었지만 왜인지 침입자가 된 기분에 머쓱하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 나른하게 웃었습니다. 다행이었어요.

"널 데려다 준 분이 더이상 불안하지 않게 그걸 보여주렴."

아이를 보며, 아니 곰젤리를 보며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또 다시 곰젤리가 불어나올까 불안해 했던 것을 눈치 챈 걸까요. 그러자 아이는 곧장 부풀어 올라 커다란 곰젤리가 되어 어머니의 옆에서 통통 튀었습니다.

곰젤리의 얼굴은 저를 보고 있었지요. 웃음이 보였을까요. 아니 잘 모르겠어요. 곰젤리의 표정은 읽기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통통 튀어오르는 빨간 곰젤리의 모습이, 발갛게 뛰어오던 아이의 모습 같아서 그 집 문을 닫고 나왔어요. 

어디선가 달콤한 내음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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