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섬 Oct 23. 2024

김밥엔 사이다

김밥을 몹시 좋아한다. 사 먹는 것도 좋아하고, 집에서 만 김밥은 더 좋아한다. 김밥 꽁다리 먹는 것도 좋아하고 예쁜 가운데 도막 골라 집어 먹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 우리나라 말 중에서 '꽁다리' '가생이' '꼭다리' 같이 원래 사전에 없을 법한데 사람들은 다 쓰는 단어가 참 좋다. (김밥과는 상관없는 문장, 이 산만함, 죄송)

김밥을 뜨거운 커피나 오뎅국물이랑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미직지근한 사이다랑 먹는 것이 최고다.

어려서 소풍 가기 전날, 엄마는 2천 원을 주면서 과자를 사오라고 했다. 야호! 맨날 엄마 꽁지 쫓아다니며 "엄마 백 원만~"을 외치다가 2천 원은 진짜 거금이다.

그렇게 뛰어나가서 매번 꼭 사왔던 것이 사이다랑 키커 쵸콜렛이었다.


기나긴 소풍길, 친구들과 자리에 둘러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고 너도 나도 울엄마 김밥 자랑을 은근짜 한 뒤, 미지근해진 사이다를 톡 열어서 촤아아 분수쇼 한 판 하고 김밥이랑 먹는 그 맛이란!

키커 쵸콜렛도 이미 다 녹은지라 은박지에 묻은 쵸콜렛을 조심스레 열어서 쪽쪽 빨아먹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종이를 씹어 먹더라도 쵸콜렛은 포기할 수 없던 꼬마 황섬.


목요일은 아들 소풍날이다. 준비물을 보니 1인용 돗자리, 도시락, 물통...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간 듯했다. 도시락을 뭘 싸줘야 하나 고민고민 중. 이 사랑스럽고도 고집스러운 '편식주의자'를 위해...

김밥 안에는 초록색이 들어가니 안 먹겠다고 버틴다. 그럼 초록을 빼면 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