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는 양파와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물기를 짠 뒤, 식초와 설탕과 식용유로 버무렸다. 빵에 마요네즈와 겨자를 바르고, 얇게 자른 오이를 붙인다. 거기에 양배추를 넓게 펴고, 또 오이를 깐 뒤, 빵으로 덮는다. 빵의 귀는 자르지 않는다. 빵의 귀를 남기는 경우는, 남자가 많다.
(중략)
왜 귀일까? 눈이나 코도 있는데. 귀 없는 빵에 물결치는 잇자국이 났다.
<몸과 이야기하다, 언어와 춤추다> 중.
조용조용한 에세이를 한 권 읽고 있다. 배우고 싶은 문체다. 이시다 센이라는 일본 사람이 쓴 글이다.
식빵이 구워진 가장자리를 일본에서는 '빵의 귀'라고 한단다.
우리나라에서는 뭐라고 하지? 식빵 '가장자리'? 식빵 '가생이'? 아니면 식빵 '까만 데'?
평소에는 생각 없이 지나갔는데, 다들 뭐라고 부르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곳을 남기는 사람들은 보통 피자 가장자리도 남길 가능성이 높다.
나는 어려서 식빵 까만 곳을 다 떼고 하얀 부분만 하나, 둘 꼭꼭 접어서 먹었었다. 그러면 이빨이 지나간 곳이 더 하얗게 변하는데, 꾹 눌린 하얀 곳, 그곳을 보는 게 그렇게 재밌었다. 별 게 다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