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길
부모가 되어 지금까지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일은 내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불변의 진실입니다.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우리 부모들은 노력을 하지요.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학업을 독려하고 좀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는 존재. 그런 이가 바로 부모라 생각합니다.
그 마음이 온전히 잘 닿으면 좋겠지만, 무엇이든 더 주고 싶고 네 마음이 다치지 않게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늘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은 움직이질 않습니다.
아이들 저마다가 가진 특성과 아이의 삶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영역의 범위로 촘촘히 채워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삶의 괴로움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삶에 대한 애정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상황이 어렵다 할지라도, 어려움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나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 중에서.
자녀에게 전하는 부모의 말들 중 아이 삶에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메시지는 대략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내 삶이 이처럼 괴로우니 넌 절대 이렇게 살지 말라는 의미로.
부모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우리보다 더 잘 살라는 응원으로.
너를 위해서 엄마 아빠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다짐으로 가득한 말들.
하지만 과연 이 말들이 아이 삶에 힘이 되고 희망이 되어 줄까요?
모르긴 몰라도 이런 말을 반복해 들은 아이는 제대로 출발선 상에 서보기도 전에 현실에 좌절하고 자신을 탓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절망해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원할 때 두 팔 벌려 꼬옥 안아주고.
반드시 긍정만이 아닌 노력을 했지만 잘 해결되지 않은 일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 그것이 아이에겐 필요합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어려움에 대처하려는 의연한 자세,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진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삶에 긍정적 태도를 이어 받게 될테니까요.
단어만 들어보면 대단히 거창한 듯 보이지만 사소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부모의 삶에 대한 자세를 무의식적으로 보고 배우게 됩니다.
부모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왕이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을 바라볼 줄 아는 부모가 되어보자는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처한 상황에 짜증이 나고 불평불만으로 종일 저기압이 되어 시간을 보낼 순 있겠지만 기본적인 삶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아이는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아이는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끔 아이가 하는 선택들이 제가 가보지 않은 길들이 많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머뭇거리게 될 때도 있지만 어떤 길이든 뚜벅뚜벅 잘 나아갈 수 있길 응원하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줍니다.
부모 된 우리의 어떤 모습이 아이의 삶에 영향을 주었을까?
부족하지만 원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작은 걸음이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부모의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고.
회복을 위해 부지런히 치료받는 부모의 성실함을 봤을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서로를 믿고 지지해 주는 마음을 발견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큰 의미 없이 아이의 질문에 답했지만 아이의 마음을 울리며 울컥해지는 순간도.
엄마 얘길 들으니 내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는 아이의 말도.
아이와 부모 된 우리가 서로를 위해 잘 가르쳐온 오늘의 결과물이 아닐까요?
자녀는 부모에게 배우고.
부모는 자녀에게 배웁니다.
앞으로도 귀한 가르침을 줄 아이.
내 삶의 작은 스승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