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눈이 내리면 설레는 일이 생겼다.
아빠가 썰매를 만들어 나를 태우고 어두운 골목길을 뛰어다녔던 기억도, 때로는 눈이 온다며 없는 용기를 쥐어짜 고백한 이의 마음 덕분에, 크리스마스처럼 깜짝 선물을 받았던 경험이 눈을 좋아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눈이 내리는 날엔 노점에서 파는 붕어빵이나 어묵 같은 군것질을 먹어도 조금 더 맛있게 느껴지곤 했다.
사무실에서 마감하는 도중 총무팀 부장님이 밖에 눈이 많이 내린다며 블라인드를 걷었다. 일하다 힘들면 바라보라고.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눈이 쏟아지고 있다.
눈이 내리는구나.
이제 더는 눈이 설레지도 반갑지도 않은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