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없는 MBTI MZ세대 몰입, 불안 때문?
인간의 무궁무진함을 16개로 유형화, 획일 단순화 아닌지
MBTI에 빠진 한국 MZ세대를 외신도 주목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다. 기댈 곳 없는 N포 세대의 불안한 미래를 반영한다고 외신이 보도했단다.
MBTI가 별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건 오래전 얘기다. 언젠가 과학잡지 스켑틱(SKEPTIC)에서도 봤고, 국내 여러 심리학자나 뇌과학자들도 같은 얘기를 한다.
그런데 유난히도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을 비롯해 기업 마케팅에 지겹도록 나온다.
나는 1991년 전후 복학하면서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MBTI를 해봤다. 가깝게 지내던 심리학 교수님이 수업에 도입해보려고 한다며 권유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INTJ였다. 내 기억에 상당히 까다로운 유형의 성격으로 보였다. 권장 진로가 사상가, 전략가 같이 뭔가 치밀한 논리로 자기만의 세계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류의 직업들이 많았다. 조직에서 일하면 목표치가 높아서 조직원들을 힘들게 할 거라고 설명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내 직업인 공무원은 INTJ엔 안 맞는 옷이고, 사실 답답하다. 난 타당하지 않은 지시를 하거나 내 가치나 기준과 너무 거리가 먼 행동을 하는 간부에겐 막 개긴다. 공무원들에겐 금기시된 직선적 발언과 행동을 종종 하는 거다.
수십 년 전 MBTI 검사 후 들었던 생각은, 전체적으로 나를 매우 정확하게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 같았지만, 동시에 내가 선호하는 나에 대한 자의식을 반영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다.
인간의 성격이나 성향을 4가지로 분류하고 각각 상반된 2개 양극단에 놓아 2⁴=16가지로 패턴화 한다는 게 과연 과학적인가?
인간의 심오하면서도 무궁무진함, 갈피를 잡지 못하는 변덕과 변화무쌍함, 그리고 fragile 함을 16개 타입에 담아낸다? 인간에 대한 모독 아닌가?
* 개인 페이스북에도 게시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