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MOGIP에서 UN PKO를 경험하다
UNMOGIP은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캐시미르)에서 양측 간의 무력 충돌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인도-파키스탄 유엔군 정전감시단(United Nations Military Observer Group in India and Pakistan)이다. UNMOGIP의 주요 활동은 14개의 야전 초소(Field Station)에 배치되어 있는 유엔군 옵서버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야전 초소에서 옵서버들이 수행하는 활동은 도로 정찰(Road Reconnaissance), 현지 군부대 방문(Field Trip), 정전 위반 조사활동(Investigation), 인접 유엔 초소 방문(Field Visit), 감시초소(Observation Post) 운용, 탄원서(Petition) 접수 및 처리 등이 있다.
도로 정찰은 임무수행을 위해서 필요한 도로의 노면상태 확인, 이동 간 소요시간 판단, 주요 현지 군부대 위치 및 전투서열 확인, 지역 내 민간인 활동의 특이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 활동은 파키스탄 측에서는 만년설로 뒤덮인 해발 50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시아첸 글라시아(Siachen Glacier)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가능하며, 인도 측에서는 유엔 초소 간의 주보급로 상의 활동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현지 군부대 방문은 주요 지휘관 및 참모의 인적사항 및 성향 분석, 해당 부대의 전투서열 확인 및 최근 작전활동을 파악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활동으로써 타국적을 지닌 2명 이상의 옵서버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파키스탄 측에서는 유엔 요원의 안전에 위협이 없는 경우에는 거의 모든 부대를 대상으로 한 방문을 승인하지만, 인도 측에서는 야전 초소가 위치한 지역의 인도군 연락장교(LA: Local Authority)와의 접촉만 제한적으로 승인하고 있다.
조사활동은 상대측의 정전협정 위반 사항-각종 탄약, 군용기, 군인 또는 준 군사요원의 통제선 월선 행위-발생에 대한 조사 요청서 접수 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 청취, 피해지역 및 증거물 현지 확인 등을 통하여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 UNMOGIP 본부를 경우, 뉴욕의 유엔 본부로 보고하는 활동이다. 이 활동 또한 인도 측에서는 전혀 수행되지 않고 파키스탄 측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인접 유엔 초소 방문은 초소와 초소간의 책임지역 및 임무수행 관련 사항을 협조하기 위한 활동으로써, 통상 새로 부임한 옵서버에 대한 실무적응훈련(OJT: On the Job Training)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것이다. 이 활동은 인도와 파키스탄 측 모두에서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감시초소 운영은 쌍방 간의 정전 협정 위반 활동이 빈번한 통제선 부근의 관측이 용이한 감제고지를 점령하여, 옵서버 요원이 직접 감시 활동을 실시한 결과를 본부로 보고하는 활동이다. 감시초소 운영은 파키스탄 측 초소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탄원서 접수 및 처리 활동은 주로 파키스탄 측 캐시미르 주민들이 유엔의 결의안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 각종 단체명으로 탄원하는 사항을 처리하는 활동이다. 이는 탄원서의 내용이 유엔 지정 양식에 준한 구체적인 경우에 한해서 UNMOGIP 본부를 경유해서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된다.
1. 인도의 UNMOGIP 철수 요구
1971년 제3차 인도-파키스탄 분쟁 시 캐시미르는 하나의 전선을 형성하였으며, 분쟁 종료 후에도 양국의 병력은 분쟁 이전의 부대 위치로 복귀하지 않았다. 또한 1971년 12월 3일부터 UNMOGIP 단장 테레사 장군은 안전상의 문제로 옵서버들의 활동 및 양측 군대와의 접촉을 제한시켰다. 이러한 제한은 정전 이후에도 양국의 군 지휘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요구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옵서버들은 정전선(Cease-fire Line)의 감독은 물론 유엔 사무총장에게 변경된 부대 위치에 대한 보고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정전 후 1972년 7월 체결된 심라 협정에 따라 양국은 캐시미르 문제를 양국 당사자 간의 대화로 해결하기로 합의하였고, 인도는 유엔이 캐시미르 문제에 대하여 더 이상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UNMOGIP의 철수를 강력히 주장하였다. 따라서 인도는 이 시기부터 UNMOGIP의 작전 활동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였다.
인도 측은 캐시미르 문제는 유엔의 국제문제 안건에서 분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UNMOGIP의 존재는 인도 측에 전혀 이득이 없으며, 오히려 캐시미르 분쟁 해결을 위한 양국의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UNMOGIP이 캐시미르 분쟁 상황을 유엔 본부에 보고하여 이를 지속적으로 국제 문제화시킴으로써 인도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결국 인도 측의 입장은 UNMOGIP이 캐시미르 지역에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1949년 카라치 협정은 현재까지 유효하며, 현재의 통제선(Line of Control)은 과거의 정전선(Cease-fire Line)으로부터 약간 변경되었기 때문에 UNMOGIP의 역할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파키스탄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심라 협정에는 통제선(Line of Control)으로 표기됨으로써 정전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도의 입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2. 유엔군 옵서버 요원의 안전문제
심라 협정 이후 인도 측은 옵서버 요원에 대한 활동을 제한함과 동시에 UNMOGIP의 철수를 유도하기 위한 테러 행위를 자행하고 있으며, 파키스탄 측도 정치적 목적으로 유엔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옵서버 요원의 안전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인도는 UNMOGIP의 현시를 인정하고 유엔을 지지하는 것처럼 행동하여 동서 간의 교량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로서 자국의 입지를 부각해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유엔이 캐시미르 상황을 호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심라 협정 이후 인도는 유엔의 철수를 일관성 있게 주장하여 왔으나, 유엔 사무총장이 이를 거부하자 옵서버 요원의 안전을 위협함으로써 UNMOGIP이 자발적으로 철수토록 유도하려 하고 있다. 그 방편으로 파키스탄 측 캐시미르 지역에서 옵서버가 조사활동(Investigation)을 위하여 정전협정 위반 지역으로 진입할 경우 위협사격을 가하거나, 이동 중인 유엔 차량에 대해서 사격을 가함으로써 조사활동을 방해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제선상에서 옵서버의 활동 자체를 제한함으로써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옵서버들이 자신의 안전에 위협을 느껴 유엔본부에 신변 위협과 파키스탄 측으로 편향된 조사활동을 이유로 캐시미르에서 UNMOGIP의 자발적 철수를 결정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파키스탄 측은 1971년 3차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사실상 인도에 패한 이후 유엔에 더욱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키스탄 측의 UNMOGIP에 대한 태도가 정치적일 수 있는 이유는 UNMOGIP의 존재 자체가 “캐시미르 분쟁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파키스탄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측은 옵서버를 다음과 같이 이용하기도 한다. 첫째 파키스탄 측 정보기관이 유엔 차량과 동일한 색상과 표식, 깃발을 장착한 차량을 이용하여 통제선상에서 정찰활동을 실시한다. 둘째, 옵서버가 조사활동을 위하여 통제선 상의 사건 발생 지점으로 진입 시 이들에게 위협사격을 가한 후 인도 측에서 사격한 것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셋째, 사건을 조작한 후 인도 측에서 정전협정 위반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3. 인도 측 지역에서 UNMOGIP의 임무수행 제한
인도의 UNMOGIP 작전활동에 대한 비협조로 인하여 사실상 이 조직의 역할은 파키스탄 측에서만 가능한 편향적이고 제한된 임무가 되었다. 실례로 파키스탄 측에서 요구한 인도 측의 정전협정 위반(ACFV: Allergied Cease Fire Violation) 조사활동은 1997년 827건, 1998년 665건, 1999년 735건, 2000년 821건이었으나, 동기간 동안 인도 측은 파키스탄 측의 위반행위에 대해서 단 한 건의 조사활동도 유엔 측에 요구하지 않았다.
UNMOGIP에 대한 양국의 입장은 이 유엔 기관의 작전적 가치보다는 정전 상태 감시를 통한 정세의 안정이라는 정치적 의미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유엔의 위상 및 옵서버의 안전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위에 도달하였으며, 최근 UNMOGIP의 판단으로는 양국 공히 옵서버를 납치 또는 살해 기도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측은 이를 인도 측 소행으로 위장함으로써 유엔이 캐시미르 문제에 적극 개입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인도 측은 이를 파키스탄 측의 소행으로 위장함으로써 파키스탄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궁극적으로 유엔의 자발적 철수를 조장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판단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양국의 협조 없이는 캐시미르 지역에서의 평화유지 활동 자체가 지역 안정을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으며, 근본적 해결책이 수립되지 않을 경우 옵서버의 안전에 대한 위협과 유엔의 철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탈냉전의 분위기는 성숙되어 가는 반면 아시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특히 한반도 상황은 냉전시의 분위기와 다를 것이 없으며,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은 하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한반도의 미래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되든지 세계 각국의 협력과 지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위한 명분 축적을 위해 평상시 유엔 평화유지 활동 참여라는 국제사회에 대한 희생과 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야만 한다. 특히 우리 한국의 PKO요원들이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위협과 위험을 감수하는 지역의 임무를 위해 파견되어 근무할 기회가 확대될수록 세계를 향해지지를 요구할 수 있는 우리의 권리는 더욱 정당해지는 것이다.
첫째, 한반도의 긴장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공헌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한국이 참여한 평화유지 활동 지역에 평화가 유지된다면 그 지역의 경제발전에 참여하여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도 자연스럽게 창출될 수 있다.
둘째, 한국 군의 평화유지 활동 참여를 통한 국방분야의 이익이다. 군인의 평화유지 활동 참여가 비록 정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분쟁지역 무장 세력들과의 충돌 및 끊임없는 총성의 청취, 예상할 수 없는 지뢰 사고와 무장세력 및 민병대의 습격에 대한 긴장감 등은 월남전 이후 대침투 작전 및 연평해전 등에 참가했던 제한된 병력을 제외하고는 전장 의식의 느끼지 않고 근무하고 있는 우리 한국 군에게 실전적 경험 요소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 평화유지 활동에 참가하는 한국 군의 군종(軍種)의 확대를 긍정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 현재 우리 한국 군의 PKO 또는 PKF 요원은 육군 및 해병대 등 지상군 위주로 선발되고 있으며, 해군과 공군은 PKF 부대 또는 장비․물자의 수송에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UNMOGIP의 주요 활동과 UNMOGIP에 파견된 외국 군 옵서버들의 군종을 고려해 볼 때, 한국 군도 해군 또는 공군 장교들에게도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여 PKO 요원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도록 하는 방안도 국방부 차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적 감각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해군 장교의 경우, 재고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태극 마크를 부착한 유엔군 옵서버 요원들의 활발한 대민 지원 활동으로 인한 국위 선양이다. 저자의 파견 기간 중 일부 한국군 옵서버 요원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코틀리(Kotli: 캐시미르 지역의 작은 도시) 지역에 위치한 크리스천 학교의 보수 및 증축 기금을 지원하였으며, 불우 아동 들에 대한 학용품 지원 활동 등으로 인해서, 현지인들로부터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보내신 한국군 장교들(God send Korean Officers for us)"이라는 칭송을 듣기도 하였다. 또한 한국군 장교 가족들은 주 파키스탄 대사관이 주관한 한국의 날 행사 지원 및 인터내셔널 스쿨 축제 시 한복 소개, 이슬라마바드(Islamabad: 파키스탄의 수도)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배구대회 응원 등을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최악의 시나리오, 즉 북한의 도발이 발생한 경우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우리의 입장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획득하고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는 결국 한국을 지원하는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결의안이 통과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특정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할지라도 세계 여러 국가들로부터 군사적 지원은 물론 정치적 지원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한국의 평화유지 활동 참여는 이러한 지지 기반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최선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우리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통일 비용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다. 포용정책의 결과 평화협정이 정전협정을 대체하고, 정전감시위원회가 평화협정감시위원회로 대체된다면 남북한 간에 PKO단이 설치될 수도 있다. 만일 남북한 간에 이러한 유엔 기구가 설치된다면 PKO단의 임무, 구성, 통제 등 이에 대한 사전 계획 및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 대비해서 PKO의 다양한 부문과 다양한 임무 지역에서의 경험 축적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분쟁지역에서의 평화유지 활동 경험은 분쟁의 성격과 특성, 분쟁의 전개와 해결 과정 등 전반적으로 분쟁을 이해하기 위한 교훈이 될 수 있다. 분단 상황 속에서 언제라도 북한이 공격할 수 있는 긴장된 한반도에 살고 있는 군인으로서 PKO 참여는 분쟁의 실상을 피부로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또한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하는 외국군과의 연합작전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전 세계 PKO단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무선교신 요령, 무선을 통한 지휘통제 문제, 작전 브리핑, 연합작전지도를 사용한 독도법, 현지 주민과의 대민 관계, 첩보수집 방법 등과 같은 연합작전 경험 축적은 차후 한반도 위기 상황 발생 시 활용 가능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2000-2001년간 Kashmir지역의 UNMOGIP에서 UN군 옵서버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2003년에 작가가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