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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ny Jun 04. 2020

Clausewitz & Beaufre on Gulf

클라우제비츠와 보프르의 관점에서 다국적군의 걸프전 승리 요인

들어가는 말


미국의 입장에서 월남전은 “전투에서는 승리하였으나 전쟁에서는 패배한 전쟁”이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패배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도출된 교훈을 걸프전에 적용해서 다국적군의 승리에 기여했다. 걸프 전쟁 선행 연구의 분석 틀은 전쟁 원인론이나 전쟁원칙의 측면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다. 이 글은 새로운 시각으로 걸프전을 분석했다. 칼 폰 클라우제비츠와 앙드레 보프르의 관점에서 다국적 군의 승리 원인을 분석하였다. 또 현대적 의미에서 군사전략 개념의 변화도 함께 살펴보았다.



클라우제비츠의 관점에서 다국적 군의 승리 원인


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전쟁은 정치 또는 외교의 수단”이라고 하였다. 정치적 의도가 목적이고 전쟁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므로, 정치를 두뇌에 비유한다면 전쟁은 이를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이 목표이며 전쟁은 이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결코 전쟁을 정치적 목적과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여기서 목표는 전쟁의 가치를 결정하며 전쟁수행을 위한 국민의 지지를 결정하고 전쟁 비용에 대한 가치를 결정한다. 그 비용은 국민의 세금과 관련이 있고 국민의 자녀들의 생명 위험에 관한 것이다. 이런 클라우제비츠의 관점에서 다국적 군의 승리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분석해 보자.


정치 또는 외교의 수단으로써의 군사력 사용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므로 최후의 수단(last resort)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따라서 국익 추구를 위한 외교적 또는 경제적 조치 등의 다른 대안(代案)을 사용해서 실패했거나,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에만 마지막 카드로 전쟁을 해야 한다. 걸프전시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 군의 군사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미국의 첫 번째 대응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결의안 제660호, 제661호로 이라크에 대한 정치 제재와 경제제재를 모색하는 것이었다. 또 1991년 1월 15일까지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제공했고, 이라크와 외교적 협상으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이 일련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가 미국과 유엔 측의 요구를 무시하자 미국은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최후 수단으로 다국적 군을 결성하여 대 이라크 전쟁을 선택한 것이다.


최후의 정치 외교적 수단으로써 전쟁을 택한 다국적 군의 승리 요인은 미국 의회와 국민의 대 이라크 전쟁 수행에 대한 지지(支持)를 이끌어 낸 부시 행정부의 지도력과 설득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개입보다 경제제재를 선호하는 미국 국민들, 그리고 대 이라크 문제를 정치적 의제에서 군사적 의제로 전환시키는 데 대한 의구심을 갖고 비난하는 미 의회 지도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미국의 국익이 이라크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고 이라크가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라크와 회담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최대한 부각했다. 1991년 1월, 미국 상원은 52대 47로 이라크 군사 제재를 위해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수행권한을 부여하는 안(案)을 통과시켰다.


클라우제비츠는 군사적 목표와 관련하여 적의 타도를 목표로 하는 것과 제한된 목표를 선정하는 것의 두 가지 사항을 주장하였다. 적의 타도는 전쟁 자체의 개념상 군사적 목표가 되어야 하나, 적을 타도하기 위해서 적국을 완전히 정복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3가지 경우에 적의 타도가 성취된 것으로 간주했다. 첫째,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적군을 격멸했을 때다. 둘째, 국가권력의 중심이며 정치기구와 정당의 소재지인 적의 수도를 점령했을 경우다. 셋째, 적보다 강력한 적의 주 동맹국을 효과적으로 타격했을 때다.


제한된 군사적 목표는 적의 타도에 필요한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경우에 선정하는 것이다. 이 목표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적 영토의 작은 부분 또는 적당한 부분을 점령한다. 둘째, 호기를 포착할 때까지 자국 영토를 확보 유지하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의 적 타도를 위한 군사적 목표 측면에서 걸프전시 다국적 군의 승리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살펴보자.


적의 타도가 달성되는 조건과 관련된 다국적 군의 군사적 목표다. 첫째,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적인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의 격멸이다. 둘째, 후세인 정권의 지휘 통제 및 지도력을 이라크 군의 힘의 중심(Center of Gravity)의 하나로 보고,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군사목표로 선정하여 공습을 실시하였다. 셋째, 다국적 군이 군사적 목표로 선정하여 추진한 것은 아니지만, 무기를 공급하고 핵우산을 제공하였던 강력한 적의 우방국 구 소련의 대 이라크전 승인을 득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다국적 군의 승리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다국적 군은 클라우제비츠가 강조한 적의 타도를 목표로 하는 군사적 목표를 선정하여 공격하거나 이를 활용함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클라우제비츠는 폭력의 무제한적 속성으로 인해 적의 군사력을 격멸해야 절대 전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쟁은 정치에 종속되는 것이라서 군대가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면 안 된다. 즉, 정치적 통제로 인해 절대 전이 아닌 제한적 현실 전쟁의 형태를 띠게 된다는 것이다. 전장에서의 마찰(friction)도 절대 전쟁이 현실 전쟁으로 전환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런 절대 전쟁과 현실 전쟁의 관점에서 다국적 군의 승리 원인을 생각해보자.


적의 격멸을 목표로 하는 절대 전쟁 측면이다. 사막의 폭풍 작전 시 연합군 사령관 슈워츠코프 장군은 전쟁 목표를 전장 내에 있는 이라크 군대의 격멸로 정했다. 그는 11개국 군대로 구성된 54만 명이 넘는 대군을 다국적 군으로 편성하고 지휘했다. 지상전이 개시된 후, 100시간 만에 전쟁 목표인 유프라테스강 남쪽의 이라크 야전군을 격멸해서 전쟁 목적인 쿠웨이트의 해방을 달성했다.


군대에 대한 정치의 우위, 마찰과 관련된 현실 전쟁 측면에서 다국적 군의 승리 원인은 다음과 같다. 정치의 우위, 즉 문민통제(文民統制: civil control) 측면에서 미국은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안보보좌관, 부보좌관, 합참의장, 비서실장으로 구성된 전쟁위원회(war council)를 통해 전쟁을 지도했다. 작전 수행은 군인인 현지 최고 사령관인 슈워츠코프에게 최대한 위임했지만, 민간인인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한 공중폭격 개시, 지상전 개시와 전쟁의 종결을 직접 결정하였다. 또 민간인인 체니 국방장관은 최대의 협력을 창출하는 동시에 확고하게 군대에 대한 통제를 유지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지배하는 요소 3가지를 제시했다. 인간의 본성인 폭력의 무제한성과 연관되는 국민, 우연성과 개연성 및 확률의 영역에 있는 최고 사령관과 군대, 합리적 이성을 지닌 정부의 3요소로 대별되는 삼위일체론(Trinity)이다. 그는 최고 사령관과 군대는 전사연구와 훈련과 경험을 통해서 전장의 마찰 요소를 최소화시키고, 정부에 의해서 전쟁 목표를 수립하고 전쟁수행을 통제토록 함으로써 전쟁에서 승리할  있다고 했다. 이 삼위일체론적 관점에서 다국적 군의 전승 요인을 살펴보자.


마찰 요소와 관련된 최고 사령관과 군대의 측면이다. 미국은 월남전 경험을 통해 전투에서는 승리할지라도 전쟁에서는 패배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 해리 서머즈 대령을 비롯한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전사(戰史) 연구를 통해 월남전의 패배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그 교훈을 걸프전에 적용하여 전쟁의 승리에 도움을 주었다. 미국은 1982년 12월 이후 중부군 사령부를 설치하여 걸프지역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 하에 주기적 훈련을 시행해 왔다.


정부에 의한 전쟁 목표 수립과 전쟁수행 통제의 측면이다. 미국 정부는 걸프전시 명확한 전쟁 목표를 세웠다. 첫째, 쿠웨이트로부터 모든 이라크 군대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철수다. 둘째, 합법적인 쿠웨이트 정부의 회복이다. 셋째, 걸프지역의 안전보장(security)과 안정(stability)이다. 넷째, 해외에 있는 미국인의 보호다. 정부가 전쟁수행을 통제하기 위해서 전쟁위원회를 활용하여 민간인인 부시 대통령과 체니 국방장관이 철저한 문민우위의 원칙에 입각하여 전쟁을 수행함으로써 승리로 이끌었다.     



보프르의 관점에서 다국적 군의 승리 원인


앙드레 보프르(Andre Beaufre)는 “정책에 의해 설정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군사력을 운용하는 술”로 군사전략을 정의한 리델 하트(Liddell Hart)의 견해는 군사력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너무 한정적이라고 비평하였다. 보프르의 정의에 따르면 “전략이란 정책에 의해 설정된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향으로 가장 효과적인 공헌을 하도록 힘을 운용하는 술(the art of employing forces)"이다. 리델 하트가 전략의 수단으로써 군사력만을 강조했다면, 보프르는 힘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수단을 병술(兵術: art of war) 전반에 걸쳐 운용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보프르는 리델 하트의 간접 접근 전략은 단순히 지리학적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으며 군사적 승리를 위한 간접적인 사전 기동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간접 전략의 본질은 “군사적 승리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성과를 내려하는 이라고 하였다. 즉, 직접 전략의 범주에 포함되는 간접 접근 전략과 간접 전략을 구분하였다. 간접 접근에 대한 보프르의 정의는 "핵무기의 존재에 의한 억제 효과로 생긴 제한된 행동의 자유(freedom of action)를 이용해서 군사적 수단이 제한된 상황 하에서 결정적 승리를 쟁취하는 기술"이다. 즉 가용자원으로써의 군사적 수단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그 사용에 제약이 따를 경우, 정치와 외교와 경제 분야의 비군사적 수단이나 준군사적 수단을 사용하여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거나 낮은 수준의 군사적 행위를 포함하는 지구전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프르의 간접 전략은 외부 책략과 내부 책략으로 나뉜다. 이들의 조건과 성공 조건을 다음과 같다. 외부 책략은 문제 된 지역 외부의 요인에 의해 행동의 자유가 결정된다는 개념이다. 내 행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며, 적 행동의 자유는 강력히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외부 책략의 성공 조건은 첫째, 적의 대규모 반발을 방지할 정도의 충분한 위협이 되는 핵이나 재래식 군사적 억제력의 보유다. 둘째, 계획된 모든 행동과 구상된 정책노선의 일치이다.


내부 책략은 행동 자유의 정도를 확인한 후 목표로 하는 지리적 지역에서 사용될 전략을 도출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단편적 방법과 침식으로 구분된다. 단편적 방법을 수행하기 위한 조건은 군사력 요소가 정신력과 시간 요소보다 훨씬 커서 정신력이 필요하지 않고 작전이 단기간에 종결될 수 있는 경우다. 단편적 방법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첫째, 기습적으로 목표를 탈취하여 신속하게 협상의 발판을 구축한다. 둘째, 획득된 행동의 자유를 확대한다. 셋째, 국제여론에서 용인될 수 있는 제한된 성격의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다.


침식 방법을 수행하기 위한 조건은 군사력이 정신력과 시간 요소보다 열세해서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며 장시간이 소요되는 지구전을 수행하게 되는 경우다. 침식 방법을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첫째, 물질적 국면에서 최후까지 견디어 내는 지구력을 갖는 것이다. 즉, 결정적 전투를 회피하고 교란전술을 사용하는 게릴라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둘째, 심리적 국면에서도 끝까지 견디어 내는 지구력을 갖는 것이다. 즉, 전투요원과 주민의 사기를 고도로 진작시키고 유지하는 것이다.


걸프전시 다국적 군의 승리 원인과 이라크 군의 패배 원인을 외부 책략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다국적 군에게 승리를 안겨 준 외부 책략의 사용이다. 첫째, 국내법과 국제법에 의한 합법적 방식으로써, 야전 통합 사령관의 권한을 강화하고 각 군종의 합동 체제를 강화시킨 골드워터-니콜스 법안에 의한 효율적인 지휘체계를 확립했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해상 및 공중봉쇄, 그리고 필요한 모든 수단의 사용을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의결하는 국제적 합법적 방식을 채택했다. 둘째,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이용하여 국제 여론을 다국적 군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했다. 셋째, 이라크의 국제적 고립화를 위한 정치 제재, 대 이라크 통상금지 등의 경제 제재로 위협했다. 해상 및 공중봉쇄에 이어 대규모 군사력 전개의 위협을 최후통첩 형식으로 이라크에 전달했다.


외부 책략적 관점에서 이라크의 패인은 첫째, 억류 중인 서양인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겠다고 위협해서 도덕적 인도주의적 감정 호소 측면에서 자국에 불리한 상황을 조성했다. 둘째, 후세인은 서방세계와의 성전(聖戰: Jihad)이라고 주장하며 아랍권 국가의 대동단결을 호소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로 하여금 회교 원리주의에 대한 반감과 그들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으며, 회교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데도 실패하였다. 셋째,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 위협은 국제여론을 이라크에 불리한 방향으로 자극하였다.


    

현대적 의미의 군사전략 개념 변화


전략의 어원은 희랍어인 strategos(장군 또는 장군의 술책)에서 유래되었다. 이처럼 리델 하트를 비롯한 일부 군사 전략가들은 전략을 군사 분야에 국한시켰다. 그러나 앙드레 보프르가 전략의 수단을 확대한 것처럼 현대적 의미에서 전략 개념은 수단과 적용시기와 국가안보개념 차원에서 확대되고 있다. 수단의 확대는 정치, 경제, 사회, 군사, 심리 등의 요소를 포함하게 된 것이다. 적용시기의 확대는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전략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국가안보 개념도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군사, 과학기술의 전 분야에 걸치는 종합적 성격으로 확대되었다.


현대적 의미의 군사전략은 “전쟁의 승리 추구보다는 “전쟁 이후의 보다 나은 평화 추구 주안을 두고 있다. 즉 전쟁 목적이 단순한 “승리 추구”에서 “보다 나은 평화 추구”로 변화된 것이다. 따라서 군사력의 사용은 정치적 도구로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해야만 한다. 이런 추세는 걸프전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군사목표를 “적의 군사력”에서 “적의 힘의 중심(center of gravity)”으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현대전의 특성 중의 하나는 비선형(非線型) 전쟁이다. 군사력 운용 시 집중, 분산, 기동을 적절히 사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아군에게 유리한 결정적 시간과 장소에서의 교전을 위해 전투력을 집중해서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다정면에 배비하기 위한 분산을 해야 한다. 전략 공수와 해상 수송과 같은 전략적 기동을 통해 적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아군에 대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걸프전에서도 다국적 군은 상황에 적합하도록 육군과 해군과 공군, 그리고 해병대를 집중하거나 분산하여 운용했다. 또 상륙 양동과 군수물자 수송을 위한 전략적 기동도 했다. 현대 군사전략의 특징은 무기체계의 사거리, 파괴력, 정밀도의 증가로 인해 군사전략이 무기체계를 선도하지 못하고 무기체계의 개발에 맞추어 새로운 군사전략 개념이 창출되는 추세다.


이 글은 작가가 2003년도에 작성하였고 2020년도에 부분 수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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