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의 역사

한강 하구는 역사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by Kenny

한강 하구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서 서해로 흐르는 김포 반도와 강화도 북쪽의 수역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삼국 시대부터 한강 하구를 차지하기 위한 세 나라의 경쟁이 치열했다.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삼았던 고려와 조선의 두 왕조는 수륙 교통의 요지인 한강 하구의 권역에 수도를 정했다. 이 지역은 자연스럽게 우리 민족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전략적 요충지인 이 지역은 서양 제국주의 세력이 침입하던 시기에는 방어의 격전지로 변하기도 했었다. 오천 년의 한반도 역사에서 한강 하구 주변 지역은 해양 수로와 내륙 수로, 수로와 육로, 한반도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한강 하구는 담수와 해수가 섞이면서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자원도 풍부하다. 인문 생활에서는 해양수로와 내륙수로 또는 육로와 연결이 용이해서 상품의 교역과 운송에 유리하다. 또 문화의 전파와 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런 이유로 하구 주변에는 도시가 많이 생겨나고 발달한다. 한강 하구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 하구가 합류하는 하나의 하구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외부 세계와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고려시대에는 예성강 하구의 벽란도를 중심으로 중국, 아라비아 상인들이 자주 왕래하였다. 코리아(Korea)라는 국호가 서방 세계에 알려진 것이 이 시기였다. 내부적으로는 한강 하구 지역의 조류를 이용해서 호남과 충청 지방, 황해도와 평안도 등 서해안 일대의 상품들이 서울, 해주, 개성 등지로 운송되기도 하였다.


한강 하구 지역은 한반도 내부 세력 간 쟁패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외세의 침입 때는 수난과 항전의 최일선이었다. 외부의 침략으로 왕실이 피난할 때 가장 먼저 선택한 곳이 한강 하구에 접한 강화도였다. 고려 왕실은 대몽 항쟁 기간 39년 동안 강화로 천도했고, 조선 인조도 병자호란 때 강화도로 피난하려다가 피난길이 막히자 남한산성으로 옮겨 갔다. 이는 강화도가 개경이나 한양에서 멀지 않고 교통이 편리하면서 방어에 용이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한강 하구 주변의 김포에 있는 수안 산성, 동성 산성, 문수산성과 파주에 있는 오두산성, 육계토성, 칠중성, 덕진산성은 축성된 시기와 방식이 모두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한강 하구 일대를 갖기 위해서 또는 지키기 위해서 오랜 세월을 거쳐서 얼마나 많고 치열한 경쟁이 있었는지를 증명한 것이다. 강화의 수많은 해안 포대와 염하강 양쪽의 진지는 조선 왕조가 수도를 지키기 위해 한강 하구 유역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설명해 준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선사시대의 유적도 한강 하구 주변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이곳이 인류가 생존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문명이 이곳에서 시작되었고, 이곳을 둘러싼 각축도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삼국시대에는 세 나라가 모두 한강 하구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었다.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었던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두 나라 모두 이 주변의 도시를 수도로 정했다. 제국주의 세력이 조선으로 침입하던 경로도 이곳이었고, 그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곳도 한강 하구 주변 지역이었다.


한강 하구와 그 주변 지역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지정학적 가치와 지경학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6.25 전쟁 당시 정전 협상 과정에서도 이 지역은 남과 북 모두 상대에게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한강 하구는 남과 북이 모두 단독으로 장악하지 못한 채로 유엔사 측과 조중(북조선 인민공화국, 중화인민공화국) 측으로 구성된 군사정전위원회라는 임시 기구에게 그 권한을 맡기게 되었던 것이다.


한강 하구의 역사를 고찰해 보면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한반도 내부가 분열되어 있으면, 분열된 각 세력이 한강 하구와 그 주변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툰다. 하지만 한반도가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면 한강 하구 유역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가장 번성하는 중심 지역이 된다.


(이어서 한강 하구에 대한 이야기를 몇 편 더 연재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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