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사람TYPE_플라잉요가
플라잉 요가를 알게 된 건 4년 전쯤이다. 흡사 저온 찜질방에서 하는 것 같은 핫요가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시들해지고, 플라잉 요가라는 명칭으로 더 많이 알려진 에어리얼 요가(Aerial Yoga)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플라잉 요가와 매트 요가를 함께 할 수 있는 학원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매트와 도구(해먹, 소도구 등)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더 좋지 않은가?!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플라잉 요가 숙련자를 꿈꾸며, 그렇게 플라잉 요가를 만나게 되었다.
운동은 격렬할수록 좋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야말로 직장 내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바로 그때. 나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수록, 행복지수가 낮을수록, 더더욱 강한 운동을 찾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가족회사를 피해 잘 버티다 보면, 줄줄이 엮인 비엔나소시지처럼 가족, 예비 가족, 지인을 끌어 들어 기어코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 이번에는 최대한 참고 버텨보겠다 마음을 먹고 버티다 겨우 몇 개월 만에 내 몸과 마음이 모두 아작나버린 회사는, 알고 보니 높은 퇴사율을 자랑하며, 새로운 사람이 오면 기존 직원들이 1주일, 3일, 2주 등 얼마나 버틸지에 대해서부터 얘기 나누던 곳이었다. 관심은 필요 없다손 치더라도, 일 적인 도움조차 제대로 주지 않던 그 집단 속에서 나는 힘없는 약자의 입장에 놓인 채 가능한 개기고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때로는 별난 사람으로 취급되었고, 성인들의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유치한 괴롭힘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당시에, 나는 말 그대로 이를 악물고 운동을 했다. 하루라도 운동을 가지 못하면 죽을 것만 같았고, 다음날 출근할 자신이 없어졌다. 회사에서는 거의 매일 굉장한 스트레스가 주어졌고, 그걸 내 의지로는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강한 운동으로, 거기에서 오는 통증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치환해야만 했다. 퇴근을 하고 회사에서 벗어나도, 머릿속은 계속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에 쏠려 있었고, 끊임없이 마음에 상처로 쌓여만 갔다. 하지만, 요가복으로 갈아입은 뒤 정좌를 하고, 되는 동작과 되지 않는 동작을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모든 동작과 모든 횟수를 선생님의 호흡에 맞추어 따라갔다. 그러다 보면 몸 군데군데에서 '뽀각', '뻑', '두두둑' 하는 마치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나긴 했지만, 동작을 따라가려면 몸이 바쁘니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잡생각이 물러나고 머릿속이 텅 비는 기분이 들어 조금은 살 것 같았다.
꼭 살기 위해 죽을 각오로 운동을 하는 것처럼
사장님의 아내가 이사로 있는 회사에서, 이사님의 대단히 크지 않은 방에는 총 3명의 직원이 마치 비서처럼, 마치 시종처럼 나란히 앉도록 자리가 배치되었다. 이사님이 항상 그들의 모니터를 볼 수 있는 배치로. 40이 다 된 과장은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팔락이는 몸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래서 처음엔 그가 안쓰러웠다. 새로 입사한 나는 열의가 넘쳤고, 잘해보고 싶었고, 열심히 웃으며 사람들을 대했더랬다. 그런 내가 만만해 보였던 탓인지, 이사님이 출장 가셨을 때 방문하실 맛집을 검색하거나, 야구 중계를 보는 등의 일을 하던 과장은 나를 타깃으로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사님이 빠른 퇴근을 하신 뒤 거의 매일 자기 자리로 나를 불렀고, 포괄적인 지시로 자료를 요청했고, 갖다 바친 자료를 읽기도 전에 이건 아니라 내던졌다. 적어도 사회적인 웃음과 친절함은 갖고 있지만 꼬라지를 부릴 줄 알았던 나는,
"이 자료가 아니라고요? 그럼 어떤 자료를 원하시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주시겠어요?" "보내 드리자마자 아니라고 하시면, 제가 어떤 자료를 찾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등등 화를 억누르며 나름대로 할 말을 추려 받아쳤고, 그는 그냥 화를 냈고, 무조건 아니야, 란 말을 반복했고, 결국 옆방에 있던 사장이 쫓아 나와 그 자리를 무마하려 애쓰기에 이르렀다. 그에게 있어, 먹이사슬은,
이사 > 그(과장) > 나(대리)
임에 분명했고, 본인이 비서처럼 부려지며 받는 스트레스를 나에게 풀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 일이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었다. 나의 거의 유일한 행복은 해먹에 몸을 감고, 거꾸로 매달리고, 해먹 위에 매달린 채 허벅지에 두 번 세 번 해먹을 감아 새로운 유형의 통증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낯선 아픔을 마주하고 동작에서 머무르며 버티다 보면, 그냥 포기하고 땅 위로 내려앉고 싶은 내적 갈등과 함께 식은땀이 줄줄 났고, 다른 생각을 할 여유 따위 사라졌다. 당장의 고통을 마주하고 버티는 데 온 신경이 서둘러 몰려가 뭉쳐졌다.
특히, 거꾸로 매달려 있을 때 흘려보낸 것들이 많다. 대부분은 외부로부터 받은 온갖 종류의 쓰레기 같은 감정과 일들이었다.
플라잉 요가의 기본은 해먹을 치골에 걸고 뒤집힌 개구처럼 거꾸로 매달리는 '몽키 자세'이다.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서거나 걷거나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에, 고르게 섞이지 못한 미숫가루의 침전물이 아래쪽에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상태랄까. 셰이커를 거꾸로 뒤집어 침전물이 고르게 퍼지도록 하듯이, 머리를 아래쪽으로 두고 순환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처음에 가장 많이 느끼는 증상은 메스꺼움이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거꾸로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금방 아무렇지 않아 진다. 오히려 편안해진다. 물론 숨을 참지 말고, 너무 힘들면 입으로라도 고르게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꼭 잡고 있던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
거꾸로 매달려 있을 때 가장 좋은 것은, 허리를 보호하기 위해 복부만 적당히 단단한 힘으로 잡고, 나머지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다. 가장 많이 들려오는 소리는, "목에 힘 빼세요. 숨을 계속 쉬세요. 어깨 힘 빼세요. 그대로 두세요."이다. 무서우니까 어딘가 힘이 들어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몸의 곳곳이 경직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도 어딘가 경직이 되어 버리고 힘이 들어가 버리게 된다. 우리는 내려놓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으니까. 직장에서, 삶에서, 혹은 가정에서 언제 나를 공격할지 모르는 대상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꼿꼿하고 경직된 자세를 유지하고, 약점 잡히지 않기 위해 틈을 막기 위한 습관적 자세로 있기 일쑤다. 매일 그런 삶을 반복하니까, 매일 경직이 생기고, 그래서 가능하면 매일 이와 같은 경직을 풀어주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고된 삶을 버텨낸 나와 나의 몸에게 태초부터의 너는, 원래의 네 모습은 그게 아니라고, 내 마음과 정신에 과도한 경직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때로는 정신을 먼저 다독이고, 때로는 몸을 먼저 바꾸고, 그때그때 필요한 처방을 내리면서.
사진출처:Image by Syaibatul Hamdi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