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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Apr 04. 2024

돌격 옆으로


서쪽 끝. 불 꺼진 항구의 새벽은 밤보다 깊고 낮보다 어둡다. 새벽 네시 오십 오분. 묵직하다 못해 한없이 가라앉는 바리톤 뱃고동은 이 깊은 새벽이 제철 제맛이다. 낭만과 슬픔은 이웃이련가. 가는 자 떠나고 남는 자 머문다.

뱃고동 쌍고동은 오분 간격으로 서너 번 울린다. 단동페리. 선장은, 미련은 안 태우고 곧 출발하려나보다.

항구의 뱃고동은 오랜 친구처럼 새벽을 얼싸안고 월미도 언덕보다 깊은 골짜기로 데려간다. 뱃고동 버무린 새벽은 흐린 서해보다 깊고, 염분 절인 어둠은 여린 안개보다 강하다.

그 새벽과 어둠이 버겁고 무겁고 자꾸 무서워 많이도 울었다.
울다 지쳐 춤추었는데 춤추면서도 울었다. DJ DOC와 춤추고 장윤정과 울었다. 춤추며 울다 보니 저 스스로 웃었다. 아이고 하릴없는 인생이여. 실없고 맥없는 내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제 더는 울지 않는다. 더는 흘릴 눈물도 없거니와,

눈 따갑고 턱 아프다. 얼굴 근육마저 틀어지니 미소년 아름다운 얼굴 망가져 못 생겨진다. 팽팽했던 피부는 주름살 밭고랑. 욕망의 파문이다. 성질머리 고약한 못난 통증은 허파와 척추로 흘러 허리에 이른다. 삭신은 쑤시고 영혼은 뻐근하다.

우지 마라 소년아.

온몸으로 울 바에야 오늘은 쓰고 내일은 고친다. 오늘은 살아가고 내일은 사랑한다. 문장이 삶을 이끈다. 어두운 눈물은 저 멀리 실미도 팔미도 너머로 물러나고 성큼성큼 누군가 온다. 어둠보다 선명한 동이 트고 뚜벅뚜벅 내가 온다.

새벽을 두려워 말자. 새벽은 아침을 모시고 오는 선봉장. 눈물의 최전선. 달빛에도 춤추는 마음. 원고지 위로 진군의 나팔이 울린다. 나팔 소리는 돌격 앞으로.

우리 함께 전진하라는 우렁찬 총성. 쾌도난마 일필휘지 설렁설렁 끄적끄적. 인천대교 올라타고 문장의 하늘로 날아보자. 쓸 없어도 울 거 없다. 어려울 거 없다.
오늘도 쓰자. 삶이 문장을 이끌 때까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격 옆으로.

쓰는 일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라 했던가.
세상이 시끄러워도 무섭지 않다.
사는 게 먹먹해도 외롭지 않다.
자꾸 아파도 슬프지 않다.

오래도록 쓰고 또 쓰려는 이유다.
몸짱도 좋지만 마음짱이 이 동네 캡짱이다.

서두를 필요도
빛날 필요도
아무도 될 필요 없고
오로지 내가 되라는
스승님이 보고 싶다.

그럴 때마다 꺼내본다.
스승님의 손 편지.

<마음 쓰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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