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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Apr 09. 2024

봄을 봄으로 나누니 사랑이더라

공원에서의 저녁 산책은 거르고, 새봄 맞이 셀프 점프샷을 해봅니다. 유난스레 이 봄이 너무너무 좋아서 폴짝폴짝 뛰었답니다. 십여 차례 시도한 끝에 겨우 얻어걸린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철부지 소년이 함박 웃고 있네요.


맞아요. 글벗 최이랑 작가님 말씀처럼 봄과 꽃 앞에 우리  모두는 소년 소녀가 되나 봅니다.

그러게요. 먹고사는 일이 바빠 잊고 살아서 그렇지 원래. 애초에. 본디. 우리는 모두 소년 소녀입니다.

그럼요. 사시사철 그러하니 계절의 손 마디마디마다 신나게 뛰어놀아야 합니다. 폴짝폴짝.


점프 성공샷이라 부르고, 기나긴 겨울을 이겨낸 자의 호랑이 기운찬 도약이라 감히 명명해 봅니다.

으르렁 어흥 날렵하면서도 묵직한 포효를 품고, 광야를 가로질러 급하게 산을 내려갑니다.

오늘은 극작가 윤대성 선생과의 저녁 약속이 있어서요. 선생은 유명한 극작가이신데, 문화의 폭이 좁디좁은 소년은 오늘 선생을 처음 뵙습니다. 건강을 위해 약주를 줄이셨다 하셔서 아쉽지만 주문은 한잔입니다. 혼술인 듯 혼술 아니게 가끔 이렇게 길 위에서 대가들을 만나 배움의 시간을 갖곤 합니다. 혼자서도 요렇게 재미나게 잘 놉니다. (술 먹을 핑계가 참 다채롭지요? ㅎ)




안경너머로 깊게 감은 두 눈과 은은한 머릿결은 작품을, 삶을, 그리고 인간을 고뇌하는 노작가의 시그니쳐인 듯 고고합니다.


사의 찬미, 방황하는 별들, 수사반장, 한 지붕 세 가족, 국적의 실재, 남사당의 하늘, 그들도 우리처럼, 바우덕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선생의 가슴과 머릿속에서 태어나 세상으로  걸어 나왔고, 수많은 배우와 시청자, 관객을 만나 빛나는 시간, 감동의 장면이 연출된 거겠죠? 창작자로서 선생의 삶은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은은한 세월만큼이나 깊은 사유의 길.

소년은 알 길이 없는 "넓이"이고 "깊이"입니다.


유난히 작은 글씨로 쓰인 한 작품명에 시선이 멈춥니다.

<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


맞아요. 봄입니다. 역시 사랑입니다. 자유 공원 꽃동산에 온통 연인들 천지입니다. 꽃반 청춘반입니다. 서로 기대고 얼싸안고 뽀뽀하고 키스합니다. 허허.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 봄을 나누고 꿈결 같은 시간을 나누는 거겠죠. 허허거리던 문학소년, 길 위의 한 문장 지어봅니다.


봄을 봄으로 나누니 사랑이더라.



그렇죠? 사랑하여야 마땅한 계절입니다. "한 번만 더" 애태우지 말고 이 봄에 한껏 사랑합시다. 후회 없이. 시간과 계절, 인간을 사랑하는 자. 우리 모두가 소년소녀 선남선녀. 청춘입니다.


문학소년은 아직 어려서 사랑이 뭔지 잘 몰라요. 그저, 이 계절에 점프할 수 있으니 겨우 자리 잡은 뼈마디가, 다시 살아난 생계형 잔 근육이 그저 사랑스러울 뿐입니다. 폴짝폴짝.


짐빔 한잔에 기분 좋은 취기가 올라옵니다. 천하의 술꾼이 그럴 리가요. 봄에 취한걸 겁니다.

발그레 발그레.




소박한데 깔끔한 선술집 문을 나서다가, "한 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선생의 가정법 문장에 한 번 더 눈길을 보냅니다. 사랑에 한없이 어설프고 서툴렀던 답답 환갑 아저씨, 괜스레 멋쩍은가 봅니다.


빙그레 봄꽃의 미소 따라 해 봅니다.

가벼운 벚꽃 바람이 스치웁니다.

잠시나마 세월을 잊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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