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섭 Aug 30. 2024

먼저 오는 사람


와르르 벚꽃 오기 전에 연두가 먼저 오고

우르르 땡볕 오기 전에 연분홍이 먼저 진다

사르르 보름달 오기 전엔 연보라가 온다


연보라는 먼저 오는 사람

저 먼 곳 코스모스에서 걸어오는 사람

샤랄랄라 한들한들 별빛 타고

드디어 기어코 기어이 사뿐사뿐 리듬 타고


먼저 오는 사람은 열어야 오고 열어야 간다

연하양 함박눈 오기 전에 갈대숲 이고 지고


문 앞에는 늘 오는 게 있다

먼저 오는 사람은 조용히 혼자서 온다 연하게 온다

연한 아메리카노 한 잔의 보사노바


시작은 늘 그렇듯 연하고 여리다

연하고 미약하지만 펄펄 살아 있는 그것은

화려한 문의 뜨거운 문양들을 혼자서 압도한다

완고한 무기력을 뚫어내고

뿌리 내린다


시작을 여는 건 언제나 품고 있던 희망

살아있어서 그렇다

사랑해서 그렇다.



#인천 #차이나타운 #선향문 #신포동 #꽁커피 #코스모스 #어서오너라 #가을아 #가을햇살아 #시작 #희망 #사랑 #오고가는것 #먼저오는사람 #걷기 #쓰기 #그리기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도 우리도 참 예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