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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Nov 19. 2024

가을 가고 탈모 온다



너의 부산함이 어디에 담겨 어디로 쓸려 가는지
괜히 속절 없어 신경질도 나지만
굳이 따져 묻지 않으니
잠시라도 반겨 맞을 그것은 낭만
가을도 나도 슬퍼하지 않는다

나의 낡은 그림자도 가을의 덧없는 탈모도
빛나는 낙화
하늘아래 순명일 뿐

남겨져야 할 건
알아서 거기에 그대로 짱짱이 남기로 약조했으니
떠나보내야 할 건
못다 한 이야기 그대로 선선히 보내도 충분했으니
담담한 계절은 가을이어라

가을이 서둘러 떠나도 내가 선명히 품고 있으며
내가 실없이 늙어가도 가을이 억세게 안아주니
촘촘한 계절은 사랑이어라

서로의 그늘을 각자의 찬란을
각자의 외면을 서로의 환대를
뻐근히 안아주는 소명은
한 줄 감사의 기도
한 장 넉넉한 합장

옴도 감도 언제나 멀거니 지켜만 보는 나무야
딴청 부리지 마라
가을 가고 탈모 온다
너도 그렇고 우리 모두 그렇다

탈모는 시리도록 춥지만 예쁘다
덧없는 걸 덜어 냈으니 바람결처럼 가볍다
겨울에도 우리는 모두 단정하고 아담하게 예쁠 것이니
미리 떨지 말고 머리 흔들지 말고

한마디만 외쳐보자

우리의 뒷모습은
남겨진 표정은
굉장히 예쁘다

단아(端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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