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책길에 나서려 방문을 열어보니
겨울 달이 떴다
전깃줄에 걸린 그 달은 곧 빨랫줄에 이르겠지
빨랫줄에 걸려야 비로소 들리는 소리
퉁
씨 메이저 음계보다는 에이 마이너에 어울리는
달의 음조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작은데 꽉 찬 달은 전깃줄에 통통 튀고
큰데 꽉 찬 달은 끄트막에 걸어놓은 빨랫줄 마저 버겁다
오늘 뜬 달은 상현 망간 달
보름으로 걷는 달
뭔가 부족해서 괜히 인간미 넘치는 달
하루키의 두 개의 달보다 정겨운 소년의 달
도쿄의 차가운 달보다 따뜻한 인천의 달
넉넉히 익어가는 달
내가 좋아하는 달
그 달을 좋아하는 걸 보니
오호라 나는 상현 허당 인
뭔가 많이 부족해도 낭만미 넘치는 녀석
아뿔싸 나는 이런 나를 좋아하나 보다
꽉 차지 않으면 어떠리
완벽하게 예쁘고 젊고 멋지지 않으면 또 어떠리
힘없고 가난하면 무에 또 어떠리
달꼬리마저 어여쁜 섬 월미도에 뜬 달은
물이 치받아 아름다운 섬 물치도에 머문 그 달은
어제 떠서 오늘로 온 달
먼 데서 걸어오며 쓰는 자
그 자의 달이다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 운운하는 재판 법정의 달은
총칼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니
그 자의 달은 소리마저 시끄럽다
문학에 대한 모독이요
낭만에 대한 날조다
제발
문학마저 갖다 쓰고 버리지 말기를
쓰는 자의 한오라기 낭만조차 망가뜨리지 말기를
문학은 권력이 없다지만
달은 채우고 비우고 쓰고 지우는 자의 자유다
권력에서 멀고도 머니 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러니
함부로 가져다 쓰는게 아니다
달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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