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와 베갯잇을 빨아 널었다.
머리 염색약이 묻어서 지우느라 애먹었다.
저녁에 걷으러 가보니 바람에 날려 바닥에 뒹군다.
낙엽이냐 뒹굴게?
다시 빨아 널었다.
오늘 밤은 베개 없이 자야 한다.
담요를 돌돌 말아 대신한다.
불편하니 불면이다.
안 되겠다.
머리맡에 늘 쌓여있는 책 서너 권을 포개 벤다.
읽지는 않고 늘 쌓여만 있는 아이들이다.
쌓여있음으로만 존재하는 그들은
담요보다 편하다. 얼씨구.
남은 책을 끌어안고 잠을 청한다. 절씨구.
미세하게 코를 고는 걸 보니
소올 소올솔 잠이 온다. 지화자.
(꿈속의 나는 글자들과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단어 사이를 펄펄 날아다닌다.
일필휘지는 기백이고
이야기는 샘물이며
문장 사이의 여백은 자연휴양림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이렇게라도 하면서
사전 뜯어먹으면 영어가 쌓이리라는 환상처럼
단어와 문장이 나에게 와서 쌓이리라는,
개 풀 뜯어먹는 환장하는 소리라도 하면서
폭염에 지친 어느 여름날
꿈꾸는
작가의 밤은
새벽으로 달린다.
동이 터 오리라.
쓰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