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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내 등짝의 북두칠성
외롭지 않은 길
by
김호섭
Aug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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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가벗고 집 앞에서 아이는 뛰어놀고 있다.
지나가던 스님이 "똑똑 똑똑 또르르르..."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구한다. 아이의 어머니는 이런 상황마다 당황한다. 뭘 어떻게 대접해 드려야 하나.
"아이가 아주 귀엽군요. 그런데. 어머님..."
"칭찬 고맙습니다. 스님, 그런데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인상도 그렇지만, 아이의 등에 북두칠성이 선명합니다.
커서 큰 인물이 될 겁니다. 확신합니다."
"무슨 말씀인지요..."
어머니는 천방지축 뛰어놀던 아이를 붙들고 뒤로 젖힌다.
선명하다. 일곱개의 점.
분명하다. 북두칠성.
어머니는 부엌으로 달려가 온갖 먹거리를 들고와서 스님께 잔뜩 시주한다.
"스님, 존함이라도..."
스님은 홀연히 사라진다.
아이는 커가면서 그 흔하디 흔하다는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을 단 한 번도 짜릿하게 시원스레 경험하지 못한다. 북두칠성 때문이다.
큰 인물이 될 거라던 그 아이는 예슨이 낼모레인데,
큰 인물은 고사하고 웬걸,
작은
인물이라도 어디 가고,
이런저런 삶의 격한 파도에 휩쓸리고 밀려나 어느 허름한 동네 허름한 월세 방구석에서 패배감과 상실감에 절어
,
곤두박질친 스스로를 스스로가 팽개쳐 버리는 기나긴 터널의 시절을 보낸다.
"그때 그 스님은 땡중이 분명해요. 안 그래요? 뭐 좀 얻어먹으려고 한 입바른 소리였죠.
에휴. 그렇죠?
어머니?"
"그런 소리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넌 나의 큰 인물이고, 나의 희망이며, 나의
미래다. 아직
창창하고 젊은 나이에 무슨 그리 약한 소리냐."
팔순 중반의 어머니와 육순 즈음의 아들과 나누는 주말의 수다는 어두움보다는 다시 밝음을 이야기한다.
어머니는 씩씩하고 아들은 어벙하다.
어머니의 사랑은 끝이 없는 법이다.
삼사년전인가 하사하신 미키마우스 양말을 다시 꺼내 신는다.
그토록 짓누르던 고통의 모습은
패배감, 좌절감, 상실감속에 갇힌 미련과 집착이었을까?
어쩌면,
애써 감춰온 것은 외로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치열히 부닥쳐왔으나, 장렬히 고꾸라진 한 인간의 도전의 실패보다도
세상의 밑바닥에 홀로 급전직하 낙하하는 존재의 외로움. 그것이겠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이 일치감치 말하지 않았던가.
존재는 외로운 거라고. 원래 그런 거라고.
그 불안과 절망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어설프지만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그 아린 집착들을 살포시 내려놓을 수 있었고, 거기서 자유를 보았으며
외로움과 웃으며 친구가 되었다.
그 길은
무인도에 떨어진 점 과 점들의 연결이고 세상과 연결되는 선이 된다.
별과
별이 연결되어 별자리가 된다.
글쓰기의 길이다.
그 선은
마음과 사랑을 나누는 길.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길이다.
그런 길이 열렸다.
어머니의 끝나지 않는 사랑처럼
난 나의 길을 다시 새롭게 사랑하련다.
매해 신년 초마다 아들과 동네 목욕탕을 간다.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지난해의 정리와 새해의 덕담을
나누는 부자간의 오붓한 연례행사다.
코로나라는 역병은 부자간의 이런 소박한 행복조차 허용치
않는다. 이삼 년을
거르고
, 아직도 선뜻
목욕탕 가기가
어렵다.
언젠가
그 출입이 원활해지면 아들과의 연례행사를 재개할 것이다.
정겨운 바나나우유를 함께하며,
이번에는 아들에게 아빠 등짝 사진 하나 찍어달라고 요청해야겠다.
나도 나의 등짝이
나의 북두칠성이
나의 뒷면
나의 또 다른 마음과 희망이
나의 길이
무척이나 궁금하니 말이다.
혹여나, 흐르는 세월 속에 북두칠성의 흔적이 스러졌다 해도
이젠 괜찮다.
내 마음속에 이미 선명하니.
큰 인물이 안된들 어떠랴.
별 일곱 개 품고 가는 사나이의 길은 이미 외롭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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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가입니다. 새벽을 거닐고 문장을 노니는 풋풋한 문학소년입니다. 길에서 글을 찾고, 책에서 길을 찾아 마음에 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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