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 라라크루. 그 3개월.

다시, 봄이다.

by 김호섭

봄.

시인.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글쓰기 모임 라라크루 (핵심 슬로건 -라이트 라이팅 :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을 가볍게 써보자)에 주저주저 어리버리 신청서를 내밀던 때는 봄이었다. 계절은 어느새 여름 끝자락으로 흐른다. 모임의 리더 @수호 작가님은 3개월 대장정 마무리 멘트를 정성스레 작성하고

일요일 아침,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들의 카톡을 울린다.




시인의 서두에서

계절은 스스로 알아서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는데,


과연, 나의 3개월의 시작과 끝은 알아서 스스로 행하고 온 것인가?

그럴리 없다.

한없이 부족한 어휘와 문장 사이에서의 맥락 없는 어거지가 있었고, 깜박이는 커서와의 애절한 눈싸움, 새빨간 눈의 충혈이 있었으며 계속되는 잔병치레와의 링거투혼과 허술한 몸과의 어색한 타협도 있었다. 그것만으로 그 3개월이 채워졌고 이 매듭까지 이끌어 온 것인가?


천만에. 그럴리 없다.

영혼 깊고 맑은 글벗님들의 따듯한 위로와 공감, 소소한 일상다반사에도 함께 울고 웃던 어깨동무가 있었다. 내공 깊은 대장님의 리더십이 있었고, 쨍하게 깨우침을 주던 댓글 요정들이 있었다. 어디서 이런 천사 같은 행운이 나에게 온 것인가? 그들의 도움이 그 3개월을 꽉 차게 이끌어 주었다.

분명, 혼자서는 생각치 못한 신비로움, 고마움의 시간이다. 그 3개월의 매듭을 짓고 라라크루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라라크루 2기모집). 새로운 출발의 미래는, 단단한 매듭의 마디마디가 이어져 결기 가득한 대나무 숲으로 온 산을 뒤덮으리라.




글 몇 개가 쌓였고,

한 줌의 성실과

한 모금의 생각과

한 마디의 성장이 있었다.


한 아름의 사람이 남았고

한 없는 우주가 열렸으며

한 없이 빠져들던 몰입경과

......

한 사람의 또렷한 꿈을 알게 되었다.


자유를 찾아 떠난 그 길은

글과 벗들이 함께 걸었고

방치하고 무시했던 수많은 나의 아이들을 만났다.


그저, 머리채 잡고 트잡이만하던 세상 속으로

이제, 그 아이들과 함께 다시 뛰어드는

꿈의 시간, 용기의 시간이다.


켜켜이 쌓아 올리는 건

글이고,

허물어 치우는 건

내가 쌓아 올린 세상과의 담이다.


매듭의 시간이다.

출발의 시간이다.




아뿔싸.

시인의 시에서

봄은 그저 때 되면, 그저 기다리면 오는 게 아니었다.

봄은 끝내 붙잡고 놓치지 말아야 할 희망이다.

더디고 더뎌도 마침내 오는 것.

끝내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이 그 봄을 창조하고

시린 겨울을 압도한다.


이기고 돌아온 자,

우리 모두는

다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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