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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연어처럼 글쓰기
내가 나를 열광하자.
by
김호섭
Aug 29. 2022
뭔가에 꽂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특정한 무언가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함을 의미하겠다.
태평양 같은 마음으로 언제나 우주만물에 열려있어 취향의 스펙트럼이 무척이나 다양하다는 어설픈 셀프 도취에 빠져있던 나는 특정한 무엇에 꽂힘을 그리 인정하지 않아 왔다.
세상이 이리 넓고 깊은데 어찌 특정 사람이나 사물에만 열광하고 선호할 수 있느냐 말이다.
스스로의 이런 유연하고 오픈된 매력에 자력으로 빠져 본인으로부터 허우적허우적 헤어 나오지 못하겠다는 그런 엉뚱한 얘길 하려는가? (늪이냐? 헤어 나오지 못하게?)
설마. 그럴 리가.
아무튼 이런 나도, 빡 꽂혀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있다.
내가 꽂힌 것. 내가 열광하고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건 어떤 것이 있을까? 그런 걸 얘기해보자.
술은 이슬. 40년 지기다.
차는 SM5. 25년 친구다. 주행거리 40만 킬로를 자랑한다.(예명 : 록키)
.
구두는 노브랜드. 10년도 넘었다.
한복은 주단 포목 이화. 평생 간다. 한복집 아들로서 당연하다.
음악프로그램은 복면가왕.
가수는 윤도현. 걸그룹은
핑클.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 장군은 이순신. 작가는 김훈. 커피는 아아. 얼죽아다. 도서관은 꿈벗도서관. 글쓰기 모임은 라라크루.
축구선수는 치달의 대명사 차두리.
이런 식이다. (아니 그러고 보니 꽂혀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태평양 같이 넓다던 취향은 바로 취소다.)
......
사랑은 대략 40년(연애기간 포함).
헤어진 지 5년이 넘었지만 남자의 순정은 ing.
......
뭔가 빠졌다.
그렇지.
안주다. 요건 최근 변화가 있다.
이슬과 함께 한 40년 중, 35년을 함께한 광어를 슬쩍 뒤로 미루고 최근 빠져서 '허우적허우적'은 연어다.
오호호. 그 영롱한 주황빛이여.
빛의 영광이여.
(아시겠지만 초원의 빛을 살짝 패러디함)
장면을 바꿔보자.
인천 신포동 구석에 소재하는 술집. 가게 이름은 '물고기'. 직관적 네이밍이 마음에 든다. 겉모습은 다 쓰러져가는 옛날 집 모습처럼 어수룩하다. 그 모습이 나랑 닮아 무척이나 정겹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자. 외부와는 다르게 내부는 완전 다른 분위기다.
외관을 보면 늙다리 아저씨들이나 와글와글 할듯한데, 오잉? 2030 젊은이들이 가득가득하다. 아저씨는 언제나 거의 나 홀로이지만, 자주 가다 보니 사장님이나 젊은이들이 그렇게 눈치 주진 않는다. 최강동안 덕분이다.
그리 고급진 인테리어는 아니다만, 잔잔히 흐르는 음악이 한몫한다. 재즈다. 음악이 공간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린다.
Jazz24.com에서 주야장천 흐르는 건 당연히 재즈다. 재즈를 아는가? 모른다. 그래도 기분이 째지면 그게 재즈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이 집에서 연어를 만났고 연어와 나는 매번 새로운 밀월여행을 떠난다. 이슬도 품고 재즈라는 훈풍을 달았으니 그 여행은 가히 낭만적이다. 기가 막힌 로맨스다.
그만 홀딱 반해버렸다.
연어에게.
(광어야. 미안해)
감칠맛, 여운 깊은 맛도 맛이지만,
한 점의 회에 그득히 담긴 건 또 있다.
한없이 빠져드는 이 아이의 거침없는 생동력이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치고 올라가는 끝없는 분투. 온몸과 마음을 비트는 치열한 펄떡임.
물살의 힘.
그 자연의
물리력조차 거스르려는 한 생명체의 존엄한 차오름.
그것이 비록 본능일지라도 어찌 한 톨의 의지 없이 가능할 것인가. 본능의 맥시멈을 넘어서고 박차를 가하는 건 결국 연어의 의지다.
그저 바닥에 널브러짐이 본능이고 눈만 껌뻑임이 광어의 의지라면, 이 둘의 차이는
그 매력의 차이는 너무도 명백하다.
광어를 생각하면 그런 다이내믹이 없다.
내가 연어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광어야. 미안해).
생각을 이어보자.
무기력과
한숨 가득으로
더 이상 바닥에만 퍼져 누워 있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누워 언제까지나 눈만 껌벅이고 숨 막히는 숨만 쉴 것인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내가 낼 수 있는 한 톨의 의지. 한 톨 한 톨 차오르다 어느덧 넘쳐흐를 행위. 온몸과 마음을 다해 비틀고 일으켜 늪 같은 바닥을 딛고 거꾸로 차고 오르자.
막막한 천정과 벽과 담을 뚫고 가는 치열.
또는
비상. 그래 그 말이 있었지. 그 노래가 있었지.
임재범의 노래처럼 당당히 내 꿈을 펼쳐보자.
겁먹지 말자.
까짓 거 아프면 또 얼마나 아프겠냐.
엎어지면 또 어떠랴. 잃을 것이 없는 자는 두려울 게 없다.
거친 물살만 있는 건 아니다.
눈부신 햇살 또한 함께하리라.
눈물겨운 바람 또한 나를 둥실 띄우리라.
펄떡이는 글을 쓰자.
연어처럼.
돌이켜보니,
감동과
열광. 그 시간 속의 주인공은 모두 타인이었고 외부로부터의 시간이었고 무엇인가였고 상황이었다.
도대체 나는 나로 인해 언제 열광하는가?
그런 역사가 있기나 했는가?
이제,
애쓰는 나에 열광하자.
어설픈 자아도취가 아닌, 외부에서만 찾아 헤매는 그런 열광이 아닌
,
어떻게든 차오르려고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애쓰는 스스로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꽂침이라면
그 열광은 근사하지 않겠는가.
내
인생 드라마에
평생을
변치
않을 팬이지 않겠는가.
내가 나를 열광하자. 뜨겁게.
정답 없는 인생이다만,
언제나 답은 내 안에 있다.
그리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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