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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선 Jun 26. 2024

최저임금 ‘제도 확장’ 막아야 할 이유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 칼럼(2024-06-26)

내년 최저임금 결정시한은 오는 27일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가 요구하는 택배·배달기사 등 특수형태 사업자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문제를 먼저 논의했고, 핵심 쟁점인 업종별 차등화 논의를 시작했다.


최근 우리나라 최저임금 상승률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그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최저임금은 2022년 5.05%, 2023년 5%, 2024년 2.5% 인상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 2%를 훨씬 벗어났고,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3%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코스트푸시(cost-push·비용 상승)적 성격으로 임금, 수입 원자재 가격, 이자율 상승이 주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미·중 헤게모니 갈등과 신냉전 체제 본격화로 인한 공급망 재편은 수입 원자재 공급과 가격 불안정성을 상수로 만들었다. 또, 국제경제적 상호 의존성으로 이자율을 독자적으로 낮추기도 어렵다. 그런데 임금마저 안정성 유지보다 인기 영합적 고려를 한다면 인플레이션 퇴치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므로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그로 인해 더 큰 임금 인상과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악순환’을 끊는 데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또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논의가 본질을 벗어나지 않도록, 현행 기준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노동자와 사업자 구분을 바꾸는 제도 확장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 중에서도 ‘최약자인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본연의 취지로만 작동돼야 한다. 화물연대 등 특수고용 분류 직군 종사자들은 원칙적으로 사업자들이다. 이들을 그 정치적 세력과 위력에 따라 사업자에서 노동자로 전환하는 것은 약육강식(弱肉强食)과 기회주의를 용납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기업의 배를 가르는 자해행위이다.


노동계가 반대하는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는 사실상 전체 노동자 중 10%대에 불과한 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방패막이로 내몰리는 비노조 노동자들이나 특수 직종 종사자·사업자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방안 중 하나일 수 있다. 특히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그 소득이 충분치 못해서 노인빈곤율이 높은 현 상황에서 그 일자리를 늘리고, 청장년층이 부가가치가 더 높은 일자리로 옮겨가는 데도 이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이미 한국은행은 지난해 3월 돌봄업종 외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등적 최저임금 제도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홍콩 등지에서 노동자와 이용자, 해당 국가들 모두에 이로운 결과를 낸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노동자를 송출하는 나라와 사용하는 나라 사이의 상호 이익을 전제로 각국이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같은 차원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과 지역에 대해서 차등적 최저임금 지급을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노동자와 사업자에게 유익하며 국민경제에도 효율적이다. 따라서 이번 최저임금 결정 때 이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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