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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피챗 - 요즘 애들 왜 그래?

당신도 예전엔 '요즘 애들'이었을걸요?

by 수풀림

"아니, 정말 말도 안되는 거 아냐?"

오랜만에 만난 팀장 A는, 깊은 한숨과 함께 분노를 터뜨립니다. 몇달 전 A가 새로운 팀을 꾸리자마자, 자발적으로 지원해 부서 이동을 하게 된 B 팀원의 이야기였어요. B가 워낙 적극적으로 해당 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대시(?)를 한데다가, 경력도 있어 팀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죠. 그랬던 B가, 갑자기 그만둔다고 했대요.

"팀장님이나 회사가 싫어서 퇴사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았어요."

젊꼰인 A 팀장은, 이 대사에서 뒷목을 잡았다고 하네요. 불과 얼마전까지, 이 팀의 업무가 하고 싶다고 자신한테 어필했던 사람이 맞나 싶어서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니, 그게 도대체 뭐냐며 저한테 하소연하라고요. 설상가상으로, 인수인계할 시간도 없이 2주 후면 안 나올거라고 했다나요? 휴가 1주일 포함해서요.


그 얘기를 같이 듣고 있던 C팀장이 말했어요.

"요즘 애들 도대체 왜 그러냐? 실은, 나도 황당한 일 있었잖아."

C팀장은 지난 주말, 팀원으로부터 장문의 카톡을 받았다고 해요.

'팀장님, 제가 요즘 업무 스트레스로 번아웃이 와서 너무 힘듭니다. (중략) 그래서 앞으로는 업무 시간 이외에는 메일이나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략)'

그가 증거 자료로 내미는 메시지에는, 팀원의 구구절절한 빡침(?)과 고뇌의 흔적이 담겨 있었어요. 물론, 이 메시지를 받고 C팀장이 더 길길이 날뛰었지만요. 자기는 억울하답니다. 전무님은 오후 4시에 업무 지시를 하고, 당장 내일 오전에 보고 해달라 했대요. 심지어 금요일 퇴근길에 급하다며 일을 시키는데, 자기도 혼자 해보려고 끙끙대다가 팀원한테는 필터링해서 요청한거래요.

두 팀장의 '요즘 애들'을 향한 신세한탄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도 예전에는, 부장님이나 이사님한테 '요즘 애들'이었겠지?'

신입사원과 팀원이었을 때를 떠올리면, 그 때는 윗사람들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어요.

"이번 주 토요일 또 등산이래. 그렇게 등산 좋아하면, 제발 자기들끼리 가면 안되나?"

토요일에도 회사를 나가던 시절이었어요. 직원간의 단합을 명목으로 토요일 등산과, 토요일 워크샵이 당연하던 때였죠. 그것 뿐만이었을까요. 육아휴직은 언감생심, 있어도 못 먹는 빛 좋은 개살구였어요.

"박 대리, 육아휴직 두 달 쓰면 원하는 업무에 복귀 못할 수도 있어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요."

당시에는 아이를 낳고 한달만에 복직한 직원도 있었고, 세 달의 출산휴가를 쓰더라도 미안함에 머리를 조아리며 떠나야 했어요. 그 때 윗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요즘 애들은 왜 뻔뻔하게 육아휴직을 쓰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으려나, 문득 궁금해지네요.


요즘 애들 타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언급되온 고전 가요라죠.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히트곡일지 몰라요. 상황에 따라 가사는 조금씩 바뀌지만, 전체 메시지는 똑같아요.

"라떼는 말이야. (중략). 나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 도대체 왜 그러냐."

MZ 팀원들의 행동이, 신입사원들의 태도가 이해가 잘 안되신다고요? 그건 여러분이 꼰대가 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몰라요. 꼰대가 별건가요. 내 기준과 경험이 ‘정답’이라고 굳게 믿기 시작할 때 슬그머니 시작되는거죠. 이런 경우, 한번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업데이트된 새로운 버전의 사람들이 들어왔구나.'

세대는 시대에 맞게 늘 진화하고, 우리는 그걸 받아들이며 일해야 하는 직장인이에요. 회사라는 작은 생태계에서, 서로 다른 버전이 충돌하지 않고 같이 굴러가려면 결국 필요한 건 이 한가지일 것 같아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각자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여지' 말이에요. 그 여지가 조금만 넓어지면, 요즘 애들도 덜 밉고, 윗사람들을 향한 답답함도 살짝 덜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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