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인간 평생 안 보고 살 수 없나
여러분, 혹시 이직 해보신 적 있나요?
얼마 전에 지인이 이직과 관련된 재미난 기사를 공유해주었어요. 올해 1월, 구인구직 플랫폼인 잡플래닛에서 직장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이에요. 먼저 이직을 선택하는 기준입니다.
- 질문 : 이직할 회사 선택시 중점적으로 고려할 요소는?
- 답변 : 1)보상 54%, 2) 워라밸 27%, 3) 복지 25% ....(중복 응답 가능)
예상대로, 역시 연봉이 가장 큰 이유였죠. 그런데 더 흥미로운 점은, 그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었어요.
- 질문 : 퇴사 결심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답을 한 번 예측해보시겠어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빠르게 정답을 맞추셨을 거 같아요. 회사를 때려치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1위 요소는, 바로 '사람 스트레스'라고 하네요.
참 아이러니하죠? 회사를 고를 때는 돈을 보고 가지만, 회사를 떠날 때는 사람 때문에 나온다는 점이요.
이쯤 되면, 회사는 일이 힘든 곳이 아니라 ‘사람이 힘든 곳’이라는 게 정설인 것 같아요.
일은 어떻게든 배워서 흉내라도 내면 되는데, 인간관계는 어딜가든 참 어렵잖아요. 물론 1인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에는 '사람들'이 기본 구성요소고요.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늘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게 마련이죠.
실제로 저나 제 주변만 봐도 그래요. 누구는 '일 자체는 좋은데, 팀 분위기는 최악'이라 하고, 누구는 '이직할 때 받은 높은 연봉에 대한 본전 생각이 싹 잊혀질 정도'로 동료와 갈등 때문에 때려치고 싶다 하네요.
조직 내의 공통의 빌런이 있으면 차라리 나아요. 다 같이 한 사람을 욕하면서 대동단결이라도 되죠. 하지만구성원의 숫자가 많고 개성이 넘칠수록,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요소도 그만큼 다양해지더라고요. 각기 다른 이유로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피곤해해요.
상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든 꾹 참고 버틸 명분이라도 있죠.
치사하고 더러워도, 그는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니까요. 내 고과가 그의 손에 달렸기 때문에 분노를 속으로 삼키거나, 혹은 팀원들과 함께 뒷담화를 하며 기분을 풀 수 있어요.
그런데 동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또 달라요.
"아니, 지가 뭔데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나 오늘 안 참는다. 한 번 따끔하게 얘기해야 정신 차리지!"
서로 동등하고 평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화가 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저는 이와 관련된 신기한 커피챗을 경험했어요. 처음은 A팀장의 푸념으로 시작했어요.
"B팀장이랑 C팀장 때문에 요즘 못 살겠어. 상식적으로 말이 안 통하는 인간들이잖아."
그러면서 한참 여기에 관련된 근거 자료들(주로 뒷담화)을 나열하고, 씩씩대며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공교롭게도, B팀장과 C팀장도 저를 각각 찾아와, 같은 고민을 털어놓고 가더라고요. 어쩌다보니 한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A, B, C 팀장이 앙숙지간이 되어 서로를 욕하고 못 참겠다 하소연한거죠.
제 3자로서 서로의 입장을 모두 들어본 저는,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물론, 말하지는 않았지만요.
'셋 다 잘못했네.'
하지만 A, B, C 팀장님들은 잘 모르시겠죠. 보통 본인이 잘못한 건 잘 안 보이지만, 상대의 결점은 엄청 뚜렷이 보이니까요. 특히나 동료 관계에서는 나도 틀릴 수 있고, 상대도 틀릴 수 있는데, 그걸 인정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상사가 거지 같아도 그의 권위와 직급 때문에 내가 참는다면, 동료 관계에서는 내가 참을 명분이 없어진달까요.
게다가 일로 엮인 사이이다보니, 꼴보기 싫어도 계속 같이 일해야하잖아요. 마음에 안 드는 방식으로 계속 일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게 언젠가 폭발하는거죠. 내가 상대방을 싫어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클거에요. 물론 회사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구축해 평생 친구를 만드는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평생 마주치고 싶지 않은 웬수를 만나기도 하죠.
다행인 건 뭔지 아세요?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관계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너무 좋아서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과도 이직이나 조직개편으로 헤어져야 하고, 반대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이제는 굳이 모든 사람과 잘 지내려 애쓰지 않아요. 또한 싸우지도 않으려고 하고요. 예전에는 내가 믿고 있는 '진리'를 위해 동료와 언쟁을 했다면, 지금은 그의 '믿음'은 뭘까 호기심을 가져보려 합니다.
또한, 물속에서 우아하게 유영하는 백조처럼 살려고 노력해요. 우리 직장인들의 하루하루가 그런 거 아닐까요? 겉으론 평온을 유지하지만, 물밑에서는 필사적으로 중심을 잡으려고 발버둥치는...상대방과 싸우며 평정심을 잃는 대신, '내 아량이 너보다 커서 참는다. 어디 한번 계속 떠들어봐라.'라고 생각하며 셀프 정신승리를 합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 앞에서도 나의 태도를 잃지 않는 것. 저는 그게 직장인으로서의 우아한 승리이자, 품격을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직장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시나요?
저도 그래요. 매일, 매 시간 그렇죠.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녀야하는 직장인 분들께, 그 동료와의 관계는 '시한부 관계'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드려 봅니다. 지금은 힘드시더라도, 이 또한 언젠가는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