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생각>
카페 일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매일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바리스타가 아니므로, 다른 직원에게 부탁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곳의 직원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상냥하다. 내가 아침 청소를 마치고 돌아오면, 꼭 먼저 물어봐 준다.
“아바라 드릴까요?”
“네!”
나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만 마신다. 나의 아바라 경력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나는 어느 지역의 어느 카페에 어느 컨디션과 기분으로 가도, 항상 아바라를 주문한다. 이쯤 말하면 내가 아바라에 대단히 깊은 조예가 있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런 건 없다. 단지 카페에 가서 고민하는 게 싫을 뿐이다. 10년 전 누군가, 어디 카페에 바닐라 라떼가 맛있는데 한번 먹어봐, 라고 말한 게 시작이었다. 먹어보니 정말 괜찮아서, 그 뒤로는 아묻따 아바라만 외치고 살아왔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인데, 일 년 반 동안 매일 아침 아바라를 마시고 있다.
이곳의 아바라는 특별하다. 나는 낯가림이 심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처음 이 카페에서 일을 시작할 때도, 다른 직원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그런 나와 직원들이 대화를 트게 된 계기가 바로 아바라였다. 이를테면,
“아영 님은 왜 아바라만 드세요? 카라멜 마끼아또는 안 드세요?” 하면 나도,
“아바라 도장 깨기 경력이 10년입니다.”라고 편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바라의 힘을 빌어 카페 사람들과 친해지니, 청소 일이 더 즐거워졌다. 역시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인가. 다양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과 잠깐씩이나마 안부를 묻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좋다. 웅크리고 있던 어깨를 펴듯, 내 마음도 훌쩍 넓어지는 것 같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요즘엔 아바라만 마시지 않는다. 헤이즐넛 라떼도 마시고, 드립 커피도 마신다. 적어도 나의 커피 취향은 태평양만큼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