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생각>
주기적으로 바닥에 붙은 껌을 뗀다. 아주 옛날 중학생 시절에 다 같이 바닥을 기어 다니며 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아직도 한다.
껌을 뗄 때는 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껌들은 대체 누구 입에서 나왔나. 고의였을까 실수였을까? 고의였다면?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실내 공간에서 퉤, 뱉는다? 그렇다면 껌 종이는 어디에 버렸을까? 역시 바닥에 휙? 이상하게 청소할 때 껌 종이는 나오지 않고, 껌만 나온다. (나는 일일이 기름걸레로 바닥을 쓸면서 먼지를 한 곳에 모으기 때문에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그럼 껌 종이는 휴지통에 얌전히 버리고 껌만 바닥에 뱉는다? 이중인격인가?
만약 실수였다면 또 어떤가? 옆 사람과 말하다가 껌이 훅 떨어졌나? 딴생각하느라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떨어졌나? 아니야 말이 안 된다. 자기 입에서 껌이 떨어졌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렇다면 전자나 후자 둘 다 다분히 의도적인 거 아닌가? 연유를 알 수 없는 껌들 덕에 물음표만 늘어간다.
내 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껌을 마지막으로 씹어본 게 언제더라? 나는 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껌의 단물이 빠진 뒤부터는 씹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냥 뱉으면 될 일인데 그게 귀찮아서 기계적으로 씹게 된다. 계속 씹다가 괜히 옆 사람에게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새 껌을 건네면 사양한다. 제가 껌만 씹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서요. 잠깐. 이 껌들의 주인들도 스트레스를 못 이겨 바닥에 뱉어버린 건가?
하지만 누군가, 껌을 떼시느라 힘드시겠어요,라고 말한다면 내 대답은, 그건 또 아닌데요? 다. 나는 껌 씹기는 싫어하지만 껌 떼기는 좋아한다. 매일 하는 청소, 설거지와 다른 일종의 별미랄까. 특히 아주 커다랗고 두터운 껌이 새카맣게 탁 붙어있으면 가슴이 뛴다. 딱! 소리를 내며 껌이 떨어져 나갔을 때는 꽉 막힌 속도 뻥 뚫리는 것 같다. 날이 잘 든 헤라를 들고 껌을 떼러 다닐 때는 마치 사냥꾼이 된 것 같아 즐겁기도 하다.
가만, 그럼 나는 사실 껌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똑같은 껌인데, 그중에서도 남이 씹다 뱉은 껌을 더 좋아하다니, 재미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