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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반납대에 서 있을 때 하는 생각

<청소, 생각>

by 권아영

나는 오전에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설거지를 한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매장에 돌아오면 곧장 반납대 앞에서 손님들을 기다린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설거짓거리를 기다린다. 점심시간에는 컵을 반납하는 손님보다 주문하는 손님이 더 많아서, 때론 뻘쭘하기도 하다. 다른 직원들은 바삐 움직이며 음료를 만드는데, 나만 혼자 멀뚱멀뚱. 본의 아니게 아직 음료를 마시는 손님에게 재촉하는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빨리 컵을 주세요, 설거지하게. 심심하거든요.’


오후 한 시가 가까워지면 손님들도 슬슬 일어나기 시작한다. 사원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컵을 반납하고 바쁜 걸음으로 총총 사라지면, 나도 신나게 일할 시간이다. 해피 설거지 타임!


뻘쭘한 순간은 또 있다. 저 멀리서 손님이 쟁반을 들고 반납대로 걸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거리가 좀 있음에도 손님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서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순 없으니,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도 아니고) 손님은 괜히 매장을 둘러보며 걸어온다. 그럼 나도 괜히 행주질하며 딴청을 피운다. 서로서로 모르는 척을 한다. 그러다 손님이 반납대에 당도하고 나서야,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네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러니까 손님이 걸어오는 것을 내가 빤히 쳐다본다면 이를 의식한 손님의 스텝이 꼬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사의 타이밍도 어긋날 수 있다. 인사를 너무 빨리 해버리면 막상 손님이 코앞에 왔을 때 할 말이 없이 난감할 것이다. 그럼 인사를 멀리서 한번, 가까이서 한번 해야 할 텐데 그건 좀 부담스럽다. 그러니까 서로 암묵적인 약속으로, 최선을 다해 딴청을 피우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이 꽤 다정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반납대에서 나눌 수 있는 최선의 배려 아닐까. 일명 ‘서로 못 본 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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