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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먼지 상태에 따른 계절 차이

<청소, 생각>

by 권아영

주로 집에 있는 사람은 계절 변화에 둔감한 법이다. 나는 누가 “공짜로 해외여행을 보내준다면 어디로 갈 거야?”라고 물으면, “그렇다면 나는 그 돈 받고 집!”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다. 카페 일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일주일은 대체로 카페 (일하는 카페), 집, 카페 (손님으로 가는 카페), 집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더군다나 나는 계절마다 옷을 사는 것도 아니니, 이제 여름이구나 겨울이구나를 잘 느끼지 못한다. 아니 못했다. 이 말인즉슨, 이제는 안다는 것이다.


카페에서 두 번의 여름과 두 번의 겨울을 보낸 후 생긴 능력이 있다. 바로 먼지로 계절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꽤 단순하다. 먼저 겨울에는 먼지가 떠다니는 모습이 ‘굉장히’ 잘 보인다. 건조한 탓에 먼지들이 한톨 한톨 모두 생명력을 가진 채 떠다니고, 때론 자기들끼리 뭉쳐서 또르르 굴러다닌다. 그럼 나는 마치 어린 조카를 놀아주는 이모처럼 먼지들을 따라다니다, 폭삭 지쳐버리고 만다.

여름엔? 그 반대다. 기름 대걸레가 뻑뻑하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떡진 먼지들이 출몰한다. 겨울 먼지는 민들레 홀씨같이 귀엽기라도 하지, 떡진 녀석들은 아주 악질이다. 얘네는 얼마나 고집이 센지, 기름걸레 밑바닥에 단단히 엉겨 붙어 나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장마철은 떠올리기도 싫다. 목욕탕 안에서 기름걸레질하는 느낌으로, 아주 불쾌하다. 그래서 아주 습한 여름에는 전체적으로 초벌 빗자루질을 한 다음, 물걸레질을 몇 번 반복해야 한다. 청소가 간신히 끝나면, 나는 덜 마른 수건처럼 땀 냄새를 풍기며 축 늘어져 있곤 한다.

안타깝게도 이제 곧 여름이다. 먼지가 슬슬 떡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번 여름도 대단히 무더울 것이라고 한다. 두렵다. 하지만 이대로 두 손 놓고 당할 수는 없다. 대책을 세워야 해! 누가 이기나 해보자. 글을 쓰다 보니 강한 오기가 생긴다. 하지만 오기는 말 그대로 오기다. 아마 내가 또 질 테지만, 그래도 두고 보자 이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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