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생각>
요즘 들어 이별하는 일이 잦아졌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의 숙명이랄까. 정이 들었다 싶은 사람들이 하나둘 카페를 떠날 때마다 생각한다. 나이가 서른넷인데도 이별은 여전히 낯설고 싫구나. 서른다섯이 되면 좀 달라지려나.
정든 사람들이 떠나면, 혹은 곧 떠날 것이라 말하면 어쩐지 마음이 종일 싱숭생숭하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오래 걸리는 나로서는 이제야 비로소 편해진 이들과 이별하는 것이 아쉽고, 또 한 가지. 나만 남겨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가게를 시작하기 위해, 더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그만둔다고 한다. 자신이 그려놓은 인생 경로를 따라 착착 걸어 나간다. 그런 점에서 이곳은 마치 정거장 같다. 원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잠시 머물다 가는 곳. 나는 새로 도착하고 새로 떠나는 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나는 괜찮을까, 이대로 남겨져도.
나에게 다음 역은 어디일까? 나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게 맞나?
나만 남겨지는 것 같고 영영 나만 여기 있을 것 같은 불안이 화라락 타오르면, 더 열심히 청소한다. 자꾸만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스리면서 오늘도 깨끗하고 말끔하게, 당장 내 발밑을 쓸고 닦는 일에 집중한다. 그럼 나의 다음 영화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나의 종착지가 어딘지 확실치 않아도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있다. 이곳이 정거장이라면 나는 정거장의 청소부일 테지.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며 내가 타고 싶은 다음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