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생각>
청소 일을 시작한 지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청소는 재미있고 뿌듯하고 유용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난다. 어디서? 내 몸 이곳저곳에서. 발목을 움직이면 끼기긱 소리가 나고, 허리를 펴면 뿌드득 소리가 나며, 손가락에서는 따닥 소리가 난다. 걸어 다니는 고물 로봇에게 입혀도 좋을 법한 소리다. 그렇다. 몸이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지금껏 이토록 몸을 쓰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원체 몸이 마르고 약해서 그 누구도 내가 체력이 좋을 거라 생각지 않았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지만 대부분은 혼자 조용히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이를테면 DVD방이라거나 PC방, 스크린 골프장이나 당구장. 물론 거기서도 청소를 했지만 테이블과 바닥을 슬슬 치우는 정도였다. 대부분은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일을 했다. 소위 말하는 꿀알바. 그리고 서른이 될 때까지는 대안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역시나 몸을 쓸 일은 전혀 없었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은 몸보다는 정신적인 힘을 많이 필요로 했으니까. 그리고 일 년을 쉬다가 청소 일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내 몸이 이토록 잔뜩 지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마저도 곧 익숙해진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몸이 익숙해지자 청소 일이 재밌어졌고 꽤 오랫동안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관절들은 생각이 달랐지만. 요즘 내 관절들은 움직일 때마다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정말로 쿡쿡 쑤신다.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프다. 밤에는 손과 다리가 붓고, 발바닥이 욱신거린다. 나는 익숙하지 않은 통증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고민한다.
이대로 괜찮을까? 계속 일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아직은 그만두고 싶지 않은걸. 물론 이 문제가 청소 일만으로 벌어진 것은 아니다. 나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20대 때에 줄곧 책상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안 좋은 자세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영화를 한 편 찍을 때마다 내 수명을 몇 년씩 끌어다 쓴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렇다면?
사실 해결 방법은 정해져 있지만 별로 하고 싶지 않아서 이 글을 세 문단이나 질질 끌었다. 그러니까 운동을 하면 될 텐데, 쉽지 않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운동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운동뿐이겠지. 아아 차라리 문어가 되면 좋으련만. 문어처럼 여덟 개의 다리를 흐느적대며 살면 좋겠다. 그렇지만 역시나 운동을 해야겠지, 그렇겠지.
최대한 운동을 피하고 싶어서 쓴 글이었는데, 결국은 운동을 할 것이라는 선언문이 되어버렸다. 문어가 될 순 없으니 운동을 해야겠지.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