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9. 경계심 가득한 똥강아지

<청소, 생각>

by 권아영

얼마 전 새 본부장님이 오셨다. 무슨 카페에 그렇게 대단한 직책이 있나 싶겠지마는, 사실 이곳은 마트와 함께 운영되기 때문에 다른 곳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아무튼 새 본부장님은 정장이 멋스러운 중년 여성으로 웃는 모습이 인상 깊은 분이었다. 그런데 뭐랄까, 나는 그분의 등장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아침 청소를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본부장님이 등장해 같이 매장을 돌게 된다. 그럼 나는 괜히 신경이 곤두서는데, 혹 내가 놓친 부분에 대해 책잡힐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이건 전적으로 내가 가진 성격적 특성인데, 나는 뭘 하든 항상 그랬다. 나 혼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나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잘하는데, 누군가 일을 지시하고 그의 기준에 맞춰 수행해야 하는 일은 아주 젬병이다. 이를테면 내 생각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영화’는 재밌게 하지만, 광고영상이나 홍보영상처럼 본격적인 오더가 있는 작업은 할 수 없다. 똥고집도 이런 똥고집이 없다.


본부장님은 아침마다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삐뚤어진 의자를 바로 넣고, 전날 미처 치우지 못한 쟁반이나 컵을 치우셨고..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는 나의 마음은 타닥타닥 타들어갔다.


‘내가 다 할 건데.. 나의 청소 순서가 있는데..’

‘혹 내가 청소를 제대로 안 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나는 어쩐지 겁 많고 경계심 가득한 똥강아지처럼 본부장님과 한껏 거리를 두고 청소했다. 이제 곧 나의 청소 방식에 대해서 지적하시겠지? 나 잘리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본부장님은 며칠이 지나도록 나에게 별말이 없었는데, 나는 그래서 더 불안했다. 그렇게 몇 주동안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고뇌를 하며 청소를 하던 어느 날이었다. 본부장님이 스윽 다가와 말을 거신 것이다. 결국 올 것이 왔구나!


“매일 열심히 청소해 줘서 고마워요, 깨끗해서 너무 좋아.”


뜻밖의 칭찬에 깜짝 놀란 나는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로 더 열심히 청소했다. 칭찬의 힘은 대단하구나. 그 이후로는 쓸데없는 걱정 고민 없이, 다시 청소에만 집중해서 일하고 있다. 경계심이 누그러지니 글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나의 방법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keyword
월, 목 연재
이전 21화18. 문어가 되고 싶어